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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이기는 백과사전

남 믿지 말고 너 자신을 믿어라

- 남 믿지 말고 너 자신을 믿어라

 

한나라 왕의 동생인 한비는 순자 밑에서 이사와 함께 법가를 공부했다.

어느 날 진나라가 한나라를 치려고 대군을 출정시킨다는 소문이 들렸다.

“대왕, 우리 한나라는 진나라와 싸워 이길 수가 없습니다. 화평을 맺어 형제국이 되는 게 낫습니다. 제 동창생이 진나라에서 출세했으니 교섭해보지요.”

워낙 급박한 전국시대라 한왕은 그러라고 했다.

 

한비는 숨가쁘게 진나라로 뛰어가 동창생 이사를 찾아갔다. 이사는 한나라가 자신을 통해 항복한다니 여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른 진왕 영정(훗날의 진시황)에게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대왕, 한나라는 굳이 공격하는 수고조차 들일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저를 통해 한나라 공자 한비가 이미 항복을 신청했습니다. 화살 한 대 쏘지 않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한나라를 얻은 것입니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를 거둔 영정은 한비를 맞아들여 그 공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내친 김에 전국 7웅을 묶어 통일할 계책을 묻자 한비는 청산유수로 해법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비는 법가를 정통으로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설난(說難), 고분(孤憤), 오두(五蠹), 설림(說林) 같은 주옥같은 저작을 지은 대저술가이기도 했다. 설난은 지금 읽어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뛰어난 저작이다.

영정은 너무나 흡족하여 즉석에서 그를 객경으로 임명하고, 한나라를 치러 간 장수들에게 전령을 보내 한나라를 접수하되 왕족은 대를 이어 종묘에 제사할 수 있게 특별대우하라고 지시했다. 한비는 전화를 면하는 대신 그나마 사직은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흡족해 했다.

 

그런데 며칠 뒤 한비는 느닷없이 변경으로 유배되었다가 곧 자결을 요구받았다.

동창생 이사가 진왕 영정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한나라는 이미 접수했습니다. 굳이 한나라 공자에게 높은 벼슬을 주시면 언제고 우리 진나라가 급박한 틈을 타 한나라 부활을 꿈꿀 일 밖에 더 있습니까? 한비의 계책은 이미 책으로 엮여 있으니 그 인물은 이제 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 한비가 그럴만한 맹수라면 일단 옥에 가둬 놓고 생각해 보지.”

그런 다음 이사는 2차 전략을 구사했다.

이미 동창을 버렸으니 환난의 싹을 제거해야 한다. 영정에게 나아가 재차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못쓸 바에야 남도 못쓰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왕 영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천하에 둘도 없는 책략가인들 살아날 길이 없는 것이다. 이사가 사람을 보내 자결하라고 권했다. 한비, 그 책략이 뛰어나 오늘날 한비자로 불리는 그 대단한 인물도 어쩔 수없이 대들보에 목을 매달아야만 했다.

그래서 설난(說難)이다. <설난>이라는 책을 쓴 저자도 이렇게 당하는 게 세상이다.

(이름 뒤에 자(子)를 붙이는 것은 공구에게 공자, 맹가에게 맹자, 순경에게 순자라고 하듯이 뛰어난 학자에게만 붙이는 가장 영예로운 경칭이다.)

 

충청도 사람은 “충청도 사람은 핫바지”라고 말해도 된다.

전라도 사람은 “전라도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타지 사람이 말하면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까지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며느리가 친정 흉보는 건 투정이지만 시댁 흉봤다가는 칠거지악이 되고, 사위가 본가 흉보는 건 투정이지만 처갓집 흉보다가는 이혼당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햇볕정책은 완전한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세 번 국회의원하고 도지사하고 장관하다 귀순한 사람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