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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이기는 백과사전

이기는 비결, 중력의 법칙

이기는 비결, 중력의 법칙

 

사람은 어떤 원리로 모일까. 선거에서 표는 어떻게 모아야 할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조직에 사활을 건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먼저 찾아가고, 어떻게든 줄을 대려 애쓴다. 사람 많이 모이는 행사에는 반드시 정치인들이 참석하여 배실배실 웃다가 간다. 그게 성공하면 노사모, 박사모가 나온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많을 때 경제 가치가 높아진다. 소비자가 모이지 않으면 어떤 제품도 성공할 수 없다. 소설가에게는 독자가 모여야 하며, 화가에게는 수집가가 있어야 하며, 가수에게는 팬이 몰려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조직을 키울 수 있을까.
큰 조직은 성공의 보증 수표다. 선거에서 표 많이 모으는 사람이 당선되듯이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다. 시청자 많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고, 방송인들이 몰려든다. 가장 큰 소비자 조직을 갖고 있는 회사가 대기업이 된다. 빌 게이츠든 스티브 잡스든 주커버그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그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다닌다.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은 더욱 더 조직을 갈구한다.

가장 중요한 조직의 법칙을 말해보자.
조직은 결성되기도 하지만 해체되기도 한다. 노사모는 격렬한 에너지를 모아 정치 결사체로 태어났지만 노무현 전대통령의 퇴임과 더불어 소멸했다. 박사모는 지난 2008년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열망 아래 뭉쳤지만 실패하면서 흩어지고, 내년 선거 이전에 다른 버전으로 재집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의 조직 결성과 해체는 거품처럼 일어났다 스러진다.

 

조직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소멸할까.
과학적으로 바라보면 매우 쉽다. 조직 내에는 비중이 큰 인간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수증기가 눈이나 빗방울이 되려고 해도 그 씨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인간 조직에도 씨가 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노사모의 씨는 노무현이고, 박사모의 씨는 박근혜다.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곧 그 사람의 비중이다. 누군가에게 이익이 될 것같다는 계산식이 성립되는 상대가 바로 그의 씨앗이 된다.
큰 선거를 앞두고 이런 유형의 씨앗들이 여기저기 떨어지고, 그 씨앗을 중심으로 크고작은 조직이 생겨난다. 이 씨앗이 되는 사람의 비중이 클 때 조직은 급속히 커지기도 하고, 실제로 단단한 결속력을 얻는다.

모든 별이 이렇게 태어난다. 최초의 씨앗을 중심으로 성운이 모여들면, 이 씨앗의 중력은 더 커지고, 그러면 더많은 성운이 몰려들어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별로 성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최초의 씨앗은 커다란 별로 성장할 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씨앗이 불안정하면 이 조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조직이 갖는 중력이 약해지면 더 큰 중력이 작용하는 다른 조직을 향해 떨어져나간다. 사람들이 줄을 바꿔 서버리는 것이다.

분자를 봐도 핵과 중성자, 전자가 격렬한 운동을 하는데 특히 전자는 늘 이탈을 꿈꾼다. 다른 분자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자가 달아나버리면 핵과 중성자도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별은 내부 연료를 다 태워 더 이상 태울 게 없어지면 중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조금씩 이탈 현상이 일어나다가 나중에는 급격한 중력 붕괴가 일어나 순식간에 폭발해버린다. 이를 초신성이라고 한다.
인간이 만든 조직도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내부 연료감이 다 소진되면 중력 붕괴가 일어나고, 조직은 해체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조직 붕괴가 있었던가.
노무현이 퇴임하면서 권력을 잃자 노사모가 흩어지고, 뿐만 아니라 그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노무현의 사랑을 받아 장관지낸 사람들이 도리어 손가락질을 했다. 박근혜가 경선에서 낙선한 뒤 박사모 역시 힘을 잃었다.

 

전세계의 절반을 정복한 칭기즈칸의 대몽골제국 원(元)은 당시 기세로는 천년제국이 되고도 남을 것같았다. 하지만 이 인간 조직은 칭기즈칸이 죽은 지 2백년 뒤에 해체 절차를 밟았다. 제후들과 공신들에게 땅을 주고, 돈을 주다보니 대몽골제국의 중심인 대도에는 막상 돈이 없었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죽는데도 황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들을 끌어당길만한 인력이 없었다. 내부 연료가 소진된 것이다.

 

이에 반해 지방 제후나 토호, 공신들의 후예 등은 엄청난 부를 형성하고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과연 몽골 황제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세력이 늘어날 때 남방에서는 주원장0455이 나타나 거대한 인력으로 주변 인물과 세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헌 별인 원나라는 망하고, 새 별인 명나라는 일어나는 것이다.

 

별의 구성성분인 성운은 결코 없어지지 않으면서 별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파괴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 사회 역시 그 자체는 망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를 세우기도 하고, 망하게도 한다. 춘추시대 최초의 방백 제환공은 죽을 때까지 어마어마한 군대를 길러놓고 국부를 쌓았다. 하지만 그가 죽자마자 제나라는 허약한 나라로 전락한다. 이어서 방백이 된 진문공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죽음과 함께 모든 영광은 해체된다. 그뒤 초목왕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오부차, 월구천은 그들의 죽음과 함께 나라까지 망했다.

지난 세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과 김영삼 추종 세력이 많았다. 김대중과 김영삼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중력이, 인력이 있었다. 즉 그들에게 다가가면 국회의원도 할 수 있고, 장관도 할 수 있고, 돈 버는 로비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세력은 점점 커져 각기 5년간 국정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지금 힘이 없을까. 간단하다. 그들은 이제 국회의원을 공천할 힘도 없고, 정치 자금을 끌어들일만한 권한도 명분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그들의 세력, 조직 역시 붕괴되는 것이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별은 각기 역할이 다르다.

항성은 행성이나 위성보다 중력이 절대적으로 커야 한다. 행성은 항성보다 절대적으로 중력이 작고 위성보다 절대적으로 커야 한다. 위성은 항성이나 행성보다 절대적으로 중력이 작아야 한다.
그런데 만일 행성이 항성만큼 커진다면 이 구조는 붕괴된다. 중심을 잃고 각자의 궤도를 따로 돌아야만 한다. 위성 역시 행성보다 커지면 갑자기 궤도를 벗어나 다른 궤도를 찾아간다.

이 법칙을 따라가지 않는 것을 반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20세기 인류는 선거라는 합법적인 반역을 발명해냈다. 아무리 잘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라도 임기가 끝나는 즉시 이 반역자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싸워야 한다. 그러니 임기가 끝나는 순간 소진된 내부연료를 다시 채우지 못하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게 낙선이다.

 

따라서 조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비중을 키워야 한다. 남에게 줄 게 있을 때 조직의 씨앗이 될 자격이 있다. 남에게 베풀지 못한다면 조직의 수장이 될 꿈도 꿀 수 없다. 하물며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욕하고, 밀어내고, 싸우는 사람이라면 조직을 이끌어갈 수 없다. 강은 물 한 방울까지 다 받아들여 대하가 되고, 산은 티끌 하나까지 다 받아들여 태산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