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끌어내리지 말고 스스로 올라가라
인간 사회에서 승리하는 법에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남을 죽이든지 끌어내리든지 하여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가는 것하고, 또 하나는 내 능력을 보여주어 그 자리에 저절로 앉는 법이다.
그런데 내 능력을 보여주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게다가 창의력, 판단력, 지도력을 갖춰야 한다. 또 법을 지켜야 한다. 민주사회인만큼 시장질서라고 할 수 있는 신용을 어기면 안된다. 한 마디로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교적 쉬운 방법인 <남을 죽이는 법>을 선택하곤 한다.
이러다 보니 식당, 카페, 어딜 가든 사람이 서넛만 모이면 남 흉보고 따돌리고 씹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역사서가 웅변으로 증언하는 사실은, 제 실력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일을 해도 제대로 하더란 것이다. 남 끌어내리고 올라간 사람은 결국 독재자로 악명을 남기거나 구성원을 피곤하게 만들다가 칼을 맞거나 그도 끌려내려온다.
지금의 터키인 옛 오스만제국 같은 경우 형제 중 누가 술탄이 되면 나머지 형제는 모조리 목을 졸라 죽이는 풍습이 있었다.
술탄은 이슬람계 국가에서는 지존의 자리이지만 그 지존에 버금가는 게 왕자들이고 보니 권력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술탄이 작은 실수만 해도 이 형제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간언이랍시고 분란을 일으키고 민심을 선동하거나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 역사에서 형이나 동생이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한 사례가 굉장히 많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저희끼리 싸우다 망한 나라가 52개국이고, 피살된 왕과 제후가 모두 36명이나 된다. 권력 다툼으로 왕의 아들 왕자나 제후의 아들 공자가 죽은 건 헤아릴 수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직무가 정지된 예는 굉장히 많다. 대개 측근, 친인척이 연루된 범죄들이다.
이처럼 권력 찬탈을 노리는 세력은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해 미행을 붙이고, 도청하고, 배신자를 심어 정보를 빼내는 등 부지런히 공작을 벌인다.
청나라 시조 누르하치의 아들 홍타시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형제를 차례차례 살해한 다음 후계자가 되기도 했다.
칭기즈칸도 그의 이복동생을 활로 쏴 죽인 다음 집안을 장악한 적이 있고, 커서는 막내동생을 축출시키고, 늙어서는 후계자인 3남 오고타이를 위해 장남 주치를 제거한다.
조선의 정조 같은 경우도 명군으로 칭송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은 두 형제를 모두 죽인 사람이다. 간신들은 비록 정조에게 충성한다는 형식을 빌지만 결국 이 형제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때 죽인 동생 은언군의 손자가 철종인데, 그는 강화도에서 농사짓다 왕이 되는 바람에 안동김씨 세도에 놀아나 나라망하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자식 못두고 죽은 은신군을 위해 양자 붙인 결과 증손자뻘인 고종은 기어이 조선왕조 문을 닫아버렸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경우 공신 5만 명을 잡아죽이는 비정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괄의 난, 이시애의 난도 따지고 보면 공신을 배척하는 권력자의 비정함이 이끌어낸 난리다.
이처럼 역사서를 뒤져보면 윗사람 끌어내리거나 아랫사람 짓밟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모략, 음해, 비방은 아주 흔한 전법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사회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동물의 세계에서는 아직도 생존법칙으로 건재하고 있다.
사자는 왕으로 등극하면 이전 왕이 낳은 새끼는 모조리 물어죽인다. 미래의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독수리의 경우 새끼들끼리 서로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세상에 살면서 늘 남을 죽이고 밀어내고 다리잡는 것으로 버틸 수는 없다. 더구나 21세기에 이르러 사형제도가 없어지다보니, 아무리 밟고 문질러대도 기어이 보복을 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범치고 교도소에 오래 잡혀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4전 5기니 7전 8기니 하는 것도 이래서 생긴 문화다. 옛날 같으면 걸핏하면 잡아다죽이기 때문에 반전 드라마가 생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선거반란’을 인정하기 때문에 언제고 반전드라마가 일어난다. 반란, 반역을 공공연히 인정하는 게 선거다.
정주영이 정몽헌을 후계로 삼았지만 패배자인 듯하던 정몽구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재계 2위까지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기어이 현대그룹의 상징인 현대건설까지 되찾았다. 납치된 몸으로 동해에 던져질 뻔하던 김대중은 기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이 일일이 들 수도 없다.
세상이 이런만큼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자기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실력 갖추고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선거는 정기적으로 있기 때문에 기회와 위기는 번갈아 다가온다.
내 힘으로 이길 때 진정한 승리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반칙이나 꼼수로 잡은 승리는 얼마 가지 못한다. 촌각이 급할 때야 남을 칠 수도 있지만 평화시에는 실력으로 이기는 게 가장 안전하고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좀 더디더라도 자신을 강화시키는 길이 바른 길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자신에게 투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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