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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이기는 백과사전

거짓말의 유통기한

거짓말의 유통기한

 

전쟁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전법이 거짓말이다.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퍼뜨려 상대가 오판하도록 만드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적으로 하여금 거짓을 진실로 믿도록 하는 이 전법은 싸움을 앞두거나 싸우는 중인 사람에게는 솔깃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거짓말 전법이 가장 흔히 쓰이는 곳이 정치 현장이다. 흔히 정치현장을 비하하여 정치판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거짓말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유언비어, 흑색선전, 음해, 비방, 이 모든 것이 거짓말에 뿌리를 둔 말들이다. 한자로는 위언(僞言), 허설(虛說), 허언(虛言), 귀화(鬼話),  망어(妄語), 궤설(詭說), 궤언(詭言), 궤사(詭辭), 도언(徒言), 허사(虛辭),  도구(徒口)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거짓말이 잘 먹히는 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인가 아닌가 분별하려는 유권자의 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든 거짓말을 하면 일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거짓말을 포장하는 기술이 문제다. 거짓말은 ‘그럴 듯한 포장지’에 싸여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지 날 것으로는 결코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럴 듯한 포장지’가 뜯겨나가도 안된다.


또 하나의 포장지는 권력이다. 일반인들이 쓰는 거짓말의 포장지가 ‘그럴듯한’ 것이라면 권력자들은 그 자체가 포장지라고 할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는 “승리자는 그가 진실을 말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력자의 거짓말은 잘 파헤쳐지지 않는다.

 

인간 사회는 수많은 거짓말로 쌓은 탑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속이려 하고, 누군가는 속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속임수는 교묘하게 진화하며 수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수백만 명의 유태인들의 거의 저항하지 않은 채 가스질식으로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거짓말 때문이다. 독일군은 유태인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주를 하는 것이며, 전공에 따라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속여 수용소로 데려갔다.

 

- 노동만이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이 의미심장한 말은 사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납치해다 가둬놓은 아우슈비츠 입구 아치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악마의 글이 아닐 수 없다.
나치는 유태인들의 폭동을 막기 위해 임시 수용소에서 노동 수용소로 가는 열차역을 가짜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래 놓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열차를 타기 전에 꼭 목욕을 하라고 권했다.
목욕탕 앞에는 이런 표지판이 서 있었다.

 

- 여러분은 임시 거처해온 수용소에서 일터로 떠납니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옷과 소지품을 살균시키십시오.
금, 돈, 외화, 보석 등은 수령증을 받고 회계원에게 맡기세요.
나중에 수령증을 제시하면 맡긴 물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열차를 타기 전에 모든 사람들의 위생을 위해 반드시 목욕을 하서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안심한 채 목욕실로 들어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나치는 유태인들이 가스실로 들어가 얌전하게 죽을 때까지 갖은 거짓말로 이들을 속였다.

이런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거짓말이 난무한다. 그것을 가려내는 것, 그리고 속지 않는 것이 ‘이기는 법’이다.


거짓말의 유통기한은 진실이 문을 두드릴 때까지이다. 진실이 너무 늦게 찾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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