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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이기는 백과사전

미친 X 정신 차리더니 행주로 요강 닦는다

중력의 법칙
- 미친 X 정신 차리더니 행주로 요강 닦는다

 

<이기는 백과사전>의 핵심 비밀은 바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꾀만 있으면 어떤 싸움에서든지 이길 수 있다는 망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 속담에 <미친 X 정신 차리더니 행주로 요강 닦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 성격이라는 게 잘 변하지 않는 법이라서, 어쩌다 정신 좀 차렸나 해서 관심 갖고 들여다보면 결국 엉뚱한 짓이나 저지르다가 본색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잘 하겠지, 이런 관대한 마음으로 기회를 줬다가 경을 치는 일이 허다하다. "불쌍하니까 한번 기회를 줘보지" 해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이들은 흔히 자기 자신에 대해 착각한다. 시골서 뭐 했는지 부끄러워 말도 못할만큼 대충 구르다가 작은 선거에라도 당선되면 그때부터는 하늘이 점지한 인물이나 되는 줄 착각하고 거들먹거리다 예전 버릇이 용수철처럼 다 튀어나오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知彼知己)하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하여 지기(知己)를 중시했다. 흔히 싸움을 앞두면 적에 대해서만 정보를 알려고 눈에 불을 켜지 막상 자기 자신의 능력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는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다. 봐도 휘뚜루마뚜루다. 맞춤법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면서 대충 써갈겨 가지고는, 초등학교 백일장에서도 예선탈락할 글발을 시민 앞에 척 던지고, 앞뒤 말도 안되는 연설을 목청만 높여가며 저 혼자 흥분해 떠든다. 박수라도 쳐주면 아예 구멍난 밑바닥까지 다 보이도록 홀딱 뒤집어준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개인의 손해로 끝나고 말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본인과 주변이 화(禍)를 입게 돼 있다. 주제 넘게 상상하다 벼락을 맞는 것이다. 차지철은 과대망상 속에 살다 그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가버리고, 아돌프 히틀러와 사담 후세인은 패인을 분석할 새도 없이 자결하고 교수형당했다.

 

애초 도량이 부족한 인물은 아무리 좋은 자리에 올려놓아도 저절로 깨지거나 새거나 갈라진다. 나만 청렴하면 된다고 아무리 염불을 해도 옆에서 동생이 시커먼 손을 뻗어대고, 마누라가 치맛자락을 치켜들면 누구도 온전할 수가 없다. 전두환의 동생, 이기붕의 마누라, 김영삼과 김대중의 아들, 노무현의 형(이명박 대통령의 형은 아직)이 그 증거다. 이건 정말 방법이 없다.

 

원래 권력이란 그 속성이 뻔한 법이라서 사기꾼, 모리배, 브로커들은 힘센 놈만 골라 찾아다니고 돈많은 놈에게만 찰싹 붙는다. 불꺼진 사람에게는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기도 볼 줄 모르고, 남도 볼 줄 모르면 언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돼 있다.

 

정신 차리고 보면 검찰 수사관 앞 철제의자이고, 딱딱한 법정 피고석이고, 좀 더 나가면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 철컹철컹하는 쇳소리를 들어야 한다. “의원님, 시장님.” 아양 떨던 목소리는 하나도 안들리고 “1234번, 잠 안 자고 뭐하나!” 하는 교도관의 앙칼진 목소리나 귓전을 때리고, 한밤중이 돼도 눈이 감겨지지 않는 불면의 나날을 보내야만 한다.

 

능력이 부족하면 힘센 사람을 찾아가 의지하고 싶어하고 보호를 받고 싶어하지만, 힘센 놈이 뭐가 부족해 힘없는 놈을 알뜰하게 지켜 줄 것인가. 여우 피하면 호랑이 나타나고, 담비 피하면 늑대 나타난다. 동생 좀 쳐주오, 마누라 좀 막아주오, 아무리 삼장법사에게 부탁해도 소용없다. 이리저리 잔머리 굴려가며 꾀로 버티면 꾀로 망할 뿐이다. 칼 좋아하는 놈 칼로 망하고, 말 좋아 하는 놈 말로 망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서 푼 짜리 그 잔재주 때문에 기어이 죽는 길로 가게 돼 있다. 그러니 이기려는 사람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 무소의 뿔처럼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 수원구치소 입구에 걸린 경구. "잊지 말아요, 오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