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은 에디오피아에서 자생해온 식물로 현대에 이르러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말하자면 인류가 커피를 마신 역사는 굉장히 짧다.
이에 비해 차나무는 중국 남부에서 수천년간 재배되었고, 그 역사가 몇 천년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신라와 고려 때 차를 굉장히 많이 즐겼다.
주로 사대부들이 즐겼다. 게다가 사찰을 중심으로 차문화가 지나치게 고급화되어 일반 서민이 가까이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지금도 비싼 다구와 비싼 차는 큰절 주지실에 가면 구경할 수 있다.
고려청자도 불전에 차를 올리기 위해 개발된 그릇이다.
이런만큼 그 사치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게 무인쿠데타로 집권한 이성계 세력에 의해 철저히 배격되었다.
차례도 차를 끓여올리는 제례지만, 이후 유림들의 미움을 받은 차 대신 술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차 산업이 부흥하는 듯했지만 더 도도하게 밀려드는 커피 문화에 밀려 뒷골목으로 쫓겨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보이차라는 발효차를 중심으로 농약, 화학약품의 과다 사용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그 인기는 점점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 5백년 간 차를 안마시다 마시려니 결국 지나치게 예법을 중시하는 일본 차문화를 들여오고, 그러다 보니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이 손사래를 친다.
맛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음료 한 잔을 마시는데 두 손을 모으고, 자세를 반듯이하고, 목넘기는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하며, 여러 번에 끊어 마셔야 하고, 눈높이는 이래라저래라 무의미한 잔소리에 지친 것이다.
또 다구는 얼마나 비싼가. 찻잔 하나에 수십만원 하는 건 흔한 일이고, 물 끓이는 주전자며, 데우는 것, 등등하여 수백만원이 들어야 일습을 갖춘다. 서민은 애당초 저리가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커피는 콩을 볶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 커피에 첨가하는 물질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맛과 향을 보이고 있다.
커피 마시는 예절도 따로 없다. 노래 들으며 마시든, 다리 꼰 채 마시든, 길을 가면서도 마시든 마시는 사람 마음이다. 게다가 마시는데 드는 비용은 단돈 1500원~5000원 남짓이다.
이러한 자유 분방함에 차가 커피에 졌다.
이러다보니 커피가게 100개에 찻집 1개 정도 있을까 말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앞으로도 기존의 차문화를 일신하고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연구를 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커피향을 차향이 이길 수 있을런지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길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농약차가 있는 한 아마 차가 커피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 많이 기르는 지방 주민들에게는 재앙 같은 소리인데, 시장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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