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향군회관을 지나가다가 전시 중인 육이오전쟁 관련 사진을 보았다.
그 가운데 가족을 잃은 한 소년 사진을 보았는데, 풍파를 너무 많이 겪어 훌쩍 웃자란 듯한 표정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아래의 우리 리키 도조 주니어 사진을 보고는 인생을 달관한 표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이 사진이 생각났다.
우리 리키 도조 주니어 나이는 2년 5개월쯤 되었으니 저 육이오 소년과 비슷한 연령대다.
리키도 주인한테 버림받아 유기견 보호소에 있다가 구조되어 우리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그 나이에 맞게 자라야 한다. 너무 모진 고생을 시키면 안된다.
1994년인가, 북한을 탈출한 모씨가 중국을 거쳐, 미얀마-트라이앵글-태국으로 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사건이 있었다. 그가 태국에 숨어 귀국을 기다릴 때 그의 탈출기를 작성한 걸 <트라이앵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적이 있다.
내용이 극적이고, 그때만 해도 탈북자가 드문 때라 책이 잘 팔릴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이 나올 때쯤 그만 그 사람이 한국에 들어오고, 텔레비전마다 다투어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책은 쫄딱 망했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에 지나치게 심하게 고생하고, 그런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쓴 표정이 너무 역력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비굴한 듯한, 교활한 듯한 표정까지 남아 있었다. 그러니 책이 팔릴 리가 없었다.
저 아래 육이오소년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리키, 아주 밝게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없지만,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어졌으면 좋겠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일랑 제발이지 아이들에게는 주지 말았으면, 그래주기를 하늘에 호소한다.
저 아래 정말 우울한 사진 한 장 넣어보련다.
최근 내 블로그에 무한돌봄 심벌을 달았다.
경기도에서 위기에 빠진 개인이나 가정을 발견하면 031-120번으로 전화를 걸면 구조받을 수 있다.
경기도가 119식 응급복지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어려운 분이 보이면 신고해주기 바란다.
여기 이 사진을 보자.
케빈 카터(kevin carter)라는 사진가가 수단 내전 취재 중 촬영한 사진이다.
굶주림에 지친 아이, 아마도 부모는 죽고, 이 아이를 돌볼 이 없는 상황에서 홀로 남아 아무 거나 주워먹다 그마저 없어 땅바닥에 머릴 박고 숨을 놓는 중이리라.
이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는 먹을거리보다, 물보다 넉넉한 <시간>을 굳게 잡고 있다.
이 사진으로 작가는 1994년 퓰리처상을 받지만, 얼마 안가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자살하고 말았다.
우리도 물론 이 사진작가처럼 질병이나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이웃을 만날 수 있다.
저 사진작가는 이 사진을 촬영한 후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너무 오래 굶은 이 아이는 그만 숨지고 말았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 사람이든 유기견이든 생명은 소중하다. 저기 저 어깨를 축 늘어 뜨린 독수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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