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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허신행을 읽다

[스크랩] 나는 너를 알고, 너는 나를 아는 투명한 세상

만유일체, 투명한 사회의 도래

- 허신행 박사(한몸사회포럼 대표, 전농림수산부장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상생의 사회, 즉 정각사회와 한몸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알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선 새로운 사회는 투명한 사회일까가 궁금하다.

투명하다면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 이유는 무엇인가? 궁금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의 오랜 진화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어떤 필연적이고 일관된 사회적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35억 년 전, 지구상에 처음으로 출현한 박테리아로부터 진화하여 지금 우리 인류에게 오기까지의 필연적이고도 일관된 사회적 특징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먼저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의 구조와 각 기관의 기능 및 역할을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포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세포는 그의 생존에 필요한 구조와 분자 구성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는 생존에 필요한 원료를 취하고, 이들로부터 유용한 에너지를 추출하며, 그 자체의 분자를 합성하고, 또 유기적인 형태로 생장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면서 스스로 증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세포는 하나의 최소 유기체라 말할 수 있다.

 

동물의 세포와 식물의 세포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식물의 세포는 셀룰로오즈와 기타 다른 다당류로 구성된 꽤 단단한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물의 세포는 사람의 겉피부처럼 생긴 원형질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원형질막은 세포의 경계를 결정하고 장벽역할을 하면서, 세포 내부의 물질은 안에 있도록 하는 동시에, 외부의 물질은 밖에 있도록 유지시키는가 하면, 세포에 필요한 물질의 통과는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불필요한 물질의 통과는 막아주며, 때로는 에너지를 소비하여 어떤 물질의 수송을 활발하게 도와줌으로써 세포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호하고 있다.

 

세포 안에는 사람의 뼈처럼 세포 내부를 지지하는 골격이 있다. 세포 골격은 미세 섬유, 중간 섬유 그리고 미세 소관으로 불리는 세 가지 유형의 섬유질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 골격은 다양한 세포 소기관들을 포용하고, 세포의 운동을 도우며, 원형질막을 고정시키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화학적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표면을 제공하는 등 세포가 생명의 기본단위로서 독자적인 지지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둥역할을 맡는다.

 

세포 안에는 또 모든 기관들을 통합 조절하고 세포의 증식기능까지 수행하는 핵核이 들어 있다. 핵 안에는 ‘생명의 문자’라고 일컬어지는 유전인자, 즉 DNA가 있다. 핵을 유심히 들여다보노라면, 인간의 두뇌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진핵세포 안에는 광범위한 내부막이 들어 있다. 이들의 독특한 배열상태도 흥미롭거니와 수많은 부위와 구획으로 나누어져서 제각각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들 세포 소기관은 영락없는 인체의 다양한 기관들을 연상케 해준다.

 

이들 소기관을 간단히 열거하면, 단백질 합성을 돕고 있는 조면 및 활면 소포체, 아미노산을 조합하는 리보솜, 단백질을 단계적으로 변형시키는 조립공정의 골지체, 산성 조건을 만듦과 동시에 잉여세포나 퇴화세포를 청소하고 저장병을 억제시키는 리소좀, 세포의 보호와 유식물의 유지 및 노폐물의 제거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미소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식물세포에 국한) 그리고 운동을 담당하는 중심립과 기저체 등이 있어 기능면에서 인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세포벽이나 원형질막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세포가 음식물을 섭취하여 소화시켜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배설물을 방출하면서 내부의 불순물들을 자체적으로 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전인자를 통해 자식 번식시키듯 세포를 증식까지 해나가는 이들 세포에 접할 때, 이것은 분명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체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는 완전히 독립적인 유기체가 아니다. 그러면 인간은 완전한 독립체인가? 소아小我와 대아大我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듯이, 인간도 완전한 독립체는 아니다. 인간은 만유와 연결되어 있고, 밖의 도움 없이는 단 1분도 독자적으로 존립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세포도 마찬가지이다.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60조의 세포가 인체 내에서 서로 연결하여 도우면서 공생하고 있다. 그러기에 세포는 사람의 축소판이요, 우주의 축소판일 수도 있다.

이들 60조의 세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질서와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 흥미로운 관심거리이다.

 

이들 60조의 세포집단을 알면, 60억 인류의 인터넷 세계, 즉 한몸사회를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소립자가 모여 원자를 형성하고,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나 세포를 구성하며, 세포들이 모여 인체 내지 생명체를 이루고, 인간들이 모여 지구촌의 가이아를 만듦과 동시에 한몸사회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 60조의 연합과 조직을 보면, 지구촌 내지 한몸사회의 사회상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60조의 세포가 모여 인체라고 하는 큰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그것은 신비에 가까운 창조적 예술이라고 여겨진다. 우선 이들 작은 세포들이 모여서 피부와 뼈를 만들어 인체의 큰 구조물을 형성시키는 것만 봐도 놀라운 일이고, 눈·귀·코·혀 등의 감각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식도·위·간·십이지장·이자·쓸개·작은 창자·큰 창자 등의 방대한 소화기관과 심장·동맥·모세혈관·정맥 등의 순환계통, 호흡 및 배설기관 그리고 방대한 신경계 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는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현대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여도 이처럼 신비롭고 조화로운 인체를 과학자들이 직접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작은 세포들이 모여 큰 인체를 형성하기까지 진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이다. 첫째, 세포 간의 연결망이다. 35억 년 전 박테리아로부터 시작하여 모네라와 원생생물·편모충류·조류藻類·원생동물·다세포 동물·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여정은 세포 간의 연결로 형성된 것이다.

세포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독립적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러기에 필요한 것을 밖으로부터 획득하거나 서로 돕고 사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관계가 필요해진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연결망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을 생태·시스템 학자들은 ‘자기조직’이라고 부른다. 이 자기조직 내지 연결망이 다름 아닌 인터넷이다.

 

둘째, 필요한 기관이나 기능은 무엇이든지 만들어나간다. 생명체의 진화과정을 대충 들여다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에서 보듯이 눈·귀·코·혀·몸·위·심장·뇌 등 필요한 기관이나 기능을 잘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앞으로 만들어나갈 더 큰 기관이나 기능은 어떤 것일까?

 

천체 망원경은 가이아의 눈이요, 인공위성은 혈관이나 신경망의 확장으로 봐야 옳을까? 우리는 어쩌면 새롭게 만들어질 큰 기관에 대해서 미리 알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날 전 인류의 신경망 역할을 담당할 인터넷이 당초에는 군사용 통신수단을 찾기 위함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미리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인간들이 각자의 필요나 직업에 따라 열심히 일하다보면, 그런 큰 기관들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조직이나 사회의 투명성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포는 자체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외부로부터 필요치 않은 물질이 들어오는지 또는 내부로부터 필요한 물질이 나가는지, 병원균이나 불필요한 물질은 없는지, 영양공급이나 배설은 잘 되는지 등에 대해서 투명하게 잘 안다. 60조 세포가 모여 사는 인체도 마찬가지이다. 인체 내의 각 기관은 인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인체 안에 요소와 암모니아 등의 노폐물이 생길 경우, 신장이 이를 알고 즉각 배출시킨다. 몸 안으로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간장은 신속하게 해독을 시킨다.

 

보다 흥미롭고 중요한 것은 그토록 많은 60조 세포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그 세포를 고칠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바이러스 등의 적이 침입하여도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든지, 또는 내부로부터 생명체를 위협할 수 있는 암세포 등 적이 생겨도 그들을 파괴 내지 고립시킬 수 있는 치유능력을 갖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상생의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 5월 어느날, 러브Love 바이러스가 전 세계인의 인터넷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수백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도 이 바이러스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러브 바이러스는 한번 걸리면, 그후 여러 가지의 변종 바이러스로 돌변하여 네티즌들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러브 바이러스가 생긴 필리핀을 알아냈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바이러스를 만들어 유포시킨 사람까지 찾아냈다. 60억 인구 가운데에서 범인 한 사람을 순식간에 찾아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였을까? 그것은 투명성 때문이다. 우리 인체가 자체 내의 이상한 물질이나 세포를 즉각 알아내듯이, 새 시대의 상생사회는 그만큼 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였다. 불교 사상에서는 만물이 한몸이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므로 사람들의 말만이 아니라 생각까지도 녹음되듯이 허공에 각인된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또 현대사회에서 첨단기술의 발달로 도청盜聽이나 감청監聽 또는 몰래 카메라 등의 장비가 많아서 비밀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한몸사회의 새로운 상생사회는 그런 차원을 벗어나 인체의 조직처럼 60억 인구 모두가 디지털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즉시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세포와 인체의 조직에 대해서 알아보았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기술의 발달 때문이 아니라 60억 인구의 집단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체 내의 어떤 세포도 홀로 자유스러울 수 없고, 개별 세포는 마음대로 처신할 수도 없거니와, 부정이나 비리는 물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없다. 왜냐 하면, 60조 세포 공동집단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악행惡行을 범한 세포가 있으면, 나머지 세포들이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인체 내의 60조 세포의 집단사회는 그만큼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60억 인구의 한몸사회에서도 모두의 공생공존을 위해 소수의 비행非行과 악행惡行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인체 내의 60조 세포의 집단 사회를 보면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60억 인구의 상생사회를 조정하고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앙통제기구, 즉 국가연합의 통일기구나 세계정부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두뇌와도 같은 중앙통제기구가 없으면, 60억 인구의 집단사회, 즉 한몸­정각사회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정부 혹은 중앙통제기구가 있어야만이 거대한 집단의 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체 하나만 보더라도 거의 매 순간마다 그 자체를 노리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다양한 질병, 각종 범죄와 사고 등 극복해내야 할 도전과 장애는 엄청나다. 이런 위험요소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인체라고 하는 60조 세포의 공동집단은 죽어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60억 인구의 한몸사회도 수많은 바이러스와 다양한 분쟁과 마찰, 각종 국제범죄와 대형사고는 물론 국지전쟁 등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될 도전과 장애는 엄청나게 많다. 이런 위험요소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한몸­정각사회라고 하는 60억 인구의 공동집단은 붕괴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한몸­정각사회는 투명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용인타임스
글쓴이 : 개마고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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