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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허신행을 읽다

[스크랩]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스피드 세상

- 허신행 박사 / 한몸사회포럼 대표, 전농림수산부장관

 

우주의 근본물질에 대한 탐구는 2천 7백여 년 전부터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우주의 근원적 물질로 탈레스는 물, 아낙시메네스는 공기,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그리고 헤시오도스는 흙이라 주장했다. 그후 4백 년이 지난 2천 3백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의 기본요소를 흙·물·불·공기 네 가지라 생각했다. 그리고 서양학자들이 근세 들어 92개의 기본원소를 찾아냈을 때까지 동양사람들은 음양오행설에 나타난 물·불·나무·쇠·흙의 다섯 가지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탐구노력에 의해 우주의 모든 물질은 92개의 자연원소와 16개의 인위원소를 합해 108개의 기본원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원소의 기본적인 알갱이가 원자이다. 원자의 세계는 너무나 작아 육안으로는 관찰될 수 없다. 원자 중에서 가장 작은 수소원자의 크기는 0.05nm(1나노미터=10억 분의 1m)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세계를 감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원자의 세계는 이런 체념으로 오랫동안 비밀의 장벽 속에 가려져왔다. 사람들이 원자의 극미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놀랍게도 1980년대 들어서였다.


1981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IBM 연구소의 분소는 10여 년의 노력 끝에 마치 집게로 물건을 하나씩 집듯이 원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집을 수 있는 현미경을 발명해냈다. 그것이 바로 ‘원자 현미경’이다. 이 놀라운 현미경의 탄생으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나노의 세계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주사형 굴파기 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으로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하인리히 로러 박사에 의해 변하는 물리량을 측정하며 핀셋과 같은 도구로 나노 크기의 물질을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노는 원래 ‘난쟁이’라는 어원이 말해주듯 나노미터nano meter(nm), 즉 1nm(10억 분의 1m) 크기를 말한다. 그리고 나노기술이란 통상 1~100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된다. 나노 세계의 입자가 한 곳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을 지닌 ‘불확실성’의 존재라는 ‘양자현상’ 때문에 실용화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온 인간의 탐구역사를 감안해볼 때, 필자는 오히려 나노 기술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몸사회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놓아줄 것이라 믿는다.


삼성전자가 2004년 9월 20일에 세계최초로 개발한 60나노미터 크기의 8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와 80나노미터 크기의 2기가비트(Gb) D램은 벌써 모바일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8기가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소비자들은 16기가바이트(GB)급 메모리카드 형태로 만나게 된다. 가로 4.3cm, 세로 3.6cm의 명함 절반 크기에 두께는 3.3mm에 불과한 이 메모리카드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단행본 서적 2만 권이나 된다. 플래시메모리가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초소형 저장장치인 USB 드라이브 등 휴대용 제품의 주 저장장치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나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세계 1위의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인 인텔Intel의 창업자인 무어 박사가 1980년대 초 “반도체 크기는 기술발전에 의해 18개월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경험법칙을 제안했다. 이 법칙은 1982년부터 2002년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적중해왔다. 이 법칙대로 반도체의 크기가 계속 줄어들어서 나노 단계로 넘어가면, 미국 의회 도서관의 전체 도서를 저장할 수 있는 ‘각설탕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의 개발은 물론이고 ‘손목에 차는 슈퍼 컴퓨터’, ‘반지 컴퓨터’, ‘귀고리 컴퓨터’,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형 컴퓨터’의 실현도 머지 않았다.


2001년 노벨물리학상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상태’라는 물질의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 나노기술의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던 세 사람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어떤 물질의 온도를 절대 0도, 즉 영하 273도에 가까운 초저온으로 낮추거나 고밀도로 압력을 가하면 보즈­아인슈타인 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고체·액체·기체·플라스마도 아니어서 ‘제5의 물질 상태’라 불린다. 이 상태에서 수만 개의 원자들이 마치 제식훈련을 하는 군인들처럼 똑같이 움직인다. 이들 원자는 급격히 응축돼 물질의 밀도가 거의 무한대로 올라간다. ‘인공 블랙홀’이라고도 불리는 이 물질은 장차 나노기술과 정보·통신혁명의 요람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제어기술을 사용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반도체 칩이나 매우 정확한 원자시계 혹은 정밀한 원자간섭계 등을 만들 수 있다.
손목에 찰 정도의 단말기 안에 PDA·GPS·휴대전화·TV·PC· MP3·카메라·번역기·바이오칩·건강­환경 센서까지 하나로 통합해 일체화한 개인 이동통신 단말기, ‘옴니콤Omni­Com’이 출현할 날도 머지 않았다. 문자·음성·영상 등을 일체적으로 이용해 키보드 없이 인식하고 추론할 수 있는 초소형 휴먼컴퓨터들이 손목시계·허리띠·모자·안경·심지어 옷과 구두 속으로 옮겨가면서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가 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노기술이 진화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생명공학의 바이오 기술과 접목될 수밖에 없다. DNA·RNA·단백질 등의 크기도 2~10나노미터에 그치고 있어서 나노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의 만남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나노 리터(10억 분의 1ℓ)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고 백혈구와 세균을 파악할 수 있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약물전달 캡슐을 만든다. 암세포를 절단하거나 싣고 간 약들을 발사할 수 있는 혈관투입용 초소형 로봇(일종의 로봇 잠수함)을 만듦은 물론, 인공관절·인공콩팥·인공장기 등을 개발한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신경 세포를 직접 자극해 사람의 시각기능을 대신하는 인공망막을 개발한다. 질병을 진단하는 단백질 칩·세포 칩 등도 개발중이다. 사람몸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캡슐형 내시경 로봇도 개발중에 있다.


나노기술이 물리·화학·재료·전자·생물·의학·기계 등 여러 분야와 함께 융합되어야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나노기술의 발전은 여러 분야에 걸쳐 파급적인 퓨전 내지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노기술은 그만큼 중요하고 중심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이런 나노기술이 바이오기술과 접목될 때, 우리의 삶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기가비트Gigabit보다 1천 배나 빠른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는 테라비트Terabit(1012bit) 광컴퓨터의 출현도 코앞에 대기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 작업은 실리콘 반도체를 통해 이루어져왔지만, 전자 대신에 광자(photon)를 사용한 광컴퓨터는 빛의 속도(1초당 18만 6천71마일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의 컴퓨터보다 1천 배나 빠른 속도로 작동되며, 1,000배의 규모를 가진 정보저장 장치의 상용화, 100배 이상 빠른 속도의 정보전달 체계 구축, 비디오 화상회의와 3차원 디스플레이 등 멀티미디어 관련 정보의 실시간 처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빛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컴퓨터와 정보화 기술이 생명공학과 접목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스스로 복제되고, 스스로 통신하는 새로운 종류의 기기들이 생겨나면서 엄청난 산업기술의 발달을 가져올 것이다.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 간의 정보교환 체계와 유기체와 유기체 간의 정보교환 체계를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될 것이다. 심지어 유기체로부터 유기체로 이어지는 유전정보의 전달경로까지 바꾸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즉, 지금 우리는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며, 그 기계가 사람들을 대신하여 생각의 속도로 일들을 처리하는 시대로 질주하고 있다.


원숭이를 비롯해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생물의 신경계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쌍방향으로 통신시키거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 생각이나 감정 등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다. 생각하는 즉시 전자장치와 통신하거나 정보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세포 크기의 나노봇Nanobot 제작이 가능해지며, 뇌의 뉴런과 정보를 교환하고, 다른 뇌 속의 나노봇이나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의 시각정보 처리방식을 일부 알아냈다. 이에 따라 소형의 인공 망막칩을 만들어 컴퓨터와 시각신경을 직접 연결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틀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라고 한다.


신기루와 같은 이 기술로 장차 사람들은 키보드나 마우스 등 입력장치 대신 목소리로 결재하고,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로봇을 움직이며, 모든 디지털 전자기기를 마음대로 조종한다. 이미 영국에서는 머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는 1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런 기술을 실현시키는 단계까지 왔다.


더 놀라운 것은 ‘단백질 반도체’, ‘생각하는 분자체’, ‘DNA 컴퓨터’, ‘마음을 읽는 컴퓨터’, ‘느끼는 컴퓨터’, ‘생각하는 컴퓨터’ 등에 대한 연속적인 개발 도전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물분자 하나하나에 기억을 저장하고 읽어내며 논리연산이 가능한 것’을 서강대 최정우 교수가 2001년 확인했다. 즉, 실리콘 같은 무기물 대신 단백질이 반도체 소재가 된 것이다. 또한 나노미터 크기의 세포 하나하나가 에너지와 정보를 전달하고 변환한다. 단백질 분자의 경우, 빛을 받으면 전자를 내놓는 확률이 약 80퍼센트로, 전자전달 효율에 있어 실리콘 같은 무기물(10%)보다 월등하게 높다. 그렇기에 이러한 나노 단위의 단백질 분자가 각각 소자로 작동하면 밀도를 천만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말 그대로 기억용량이나 처리속도가 수억 배 빠른 컴퓨터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1나노미터밖에 되지 않아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구슬과 실을 이용, 실이 구슬을 찾아가면서 자동으로 꿸 수 있는 분자제어 기술을 포항공대 김기문 교수가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반도체 소자의 핵심인 스위치 기능을 갖는 분자 스위치를 만드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를 움직일 분자모터의 조립도 가능해진다. 분자 간의 작은 인력을 이용한 ‘지능물질’ 개발이 가능해지고, 분자 크기의 스위치와 기억장치를 만들 수 있어 지금보다 크기는 수백 배 작으면서 속도는 수천 배 빠른 컴퓨터 제작도 가능해진다.


컴퓨터의 이진법을 아데닌(A), 사이토신(C), 구아닌(G), 타이민(T) 등 네 가지 DNA 구성물질로 대신하는 DNA컴퓨터가 등장하는 날에는 처리용량이 거의 무한대에 이르고, 계산속도 또한 기존의 컴퓨터보다 수백 배 빨라진다. 손상된 인체의 일부조직을 컴퓨터와 연결해 복원한 바이오닉Bionic 장기, 바이오닉 근육, 바이오닉 귀, 바이오닉 눈, 바이오닉 심장, 바이오닉 신장, 바이오닉 간 등이 등장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약속해줄지도 모른다. 차세대 컴퓨터와 바이오닉 장기가 로봇공학과 결합하면 인간과 비슷한 새로운 종족의 출현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말 그대로 DNA 컴퓨터를 뇌에 이식하고 영구적인 바이오닉 장기를 장착한 초인이 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손가락에서 체온·심박동·습도를 측정해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이모션 마우스Emotion Mouse, 모니터 앞에 앉은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는 눈동자 탐색장치(Pupil Finder), 눈썹과 입모양으로 표정을 읽는 감정 탐지장치(Affect Detection) 등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IBM의 알마덴 연구소이다. 컴퓨터 사용자의 몸에 바이오리듬 센서를 부착하고 극소형 카메라를 이용, 컴퓨터가 사람의 얼굴표정이나 행동 등을 읽어 개인의 감정변화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는 MIT 공대의 실험실에 의해 개발, 실험중에 있다. 반도체 칩을 이용해 컴퓨터로 냄새를 분석할 수 있는 저가형 전자코(Electronic Nose)는 시라노사이언스 사에 의해 개발됐다.


끝없이 진화하는 컴퓨터와 무선기술·인터넷·단말기 등이 하나로 합쳐지고, 나노 및 바이오 기술(BT)과 연결돼 종극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간과 인터넷의 일체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주장한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를 ‘인간신체의 연장’으로 보면서 ‘뉴미디어는 인간과 자연을 잇는 다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인간이 된 것’으로 여겼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보들리야르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미디어 자체도 종언을 고하고 미디어와 실재가 하나로 합몰合沒된 세상”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를 신체의 연장으로 본다면 컴퓨터를 필두로 하는 디지털 문화는 ‘지능의 연장’ 혹은 ‘삶의 연장’인 셈이다.


1998년에 인간과 컴퓨터의 직접적인 통신을 위해 팔에 전파교신기가 내장된 컴퓨터 칩을 이식,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는 실험을 감행했던 영국 리딩 대학의 케빈 워릭 교수는 연구실 건물관리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 그가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했고, 방 안에 들어서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켜졌으며, 건물 안에서 그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추적됐다. 그는 그의 아내에게도 칩을 이식해 서로의 감정이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중이다.


사이보그Cyborg란 1950년대에 의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사이버네틱 오가니즘Cybernetic Organism’을 줄인 말이다. 이는 인간과 기계의 합체를 연구하는 학문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를 뜻하는 오가니즘Organism을 합친 단어이다. 무선장치를 이용해 두뇌가 직접 중앙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이보그들은 생각만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중앙컴퓨터의 지적 능력과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반대로 중앙 네트워크는 정보를 얻거나 임무를 주기 위해 개별 사이보그와 의사소통을 한다. 여기에서 네트워크는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작동한다. 이로써 인간과 컴퓨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언어를 통하지 않고도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이버 가족이 2002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탄생했다. 제이콥스 가족 3명은 중환자인 아버지의 병력관리와 치료를 위해 각자 신원과 병력이 기록된 쌀알 크기의 베리칩VeriChip을 팔의 피부 밑에 집어넣었다. 베리칩은 특별히 고안된 판독기로, 스캔하면 칩을 가진 사람의 신상정보와 의학적 상태를 알려주도록 관련정보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신원과 집 전화번호, 병력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병력 관리는 물론 앞으로 다른 목적들을 위해서도 사이버 가족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쓴 도나 해러웨이는 기계와 유기체의 혼합체인 사이보그는 생명과 기계,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허물어져버리는 미래 우리들의 모습과 존재라 했다.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에서 오퍼레이터는 기계에다 명령을 내리고 기계는 오퍼레이터의 일부로서 그 명령을 수행함으로써 만드는 자와 피조물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했다.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네트워크와 접속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 네트워크 안에서는 무엇이 정신이며 무엇이 육체인지 그 경계 역시 분명치 않다고 했다. 기계와 유기체, 기술적인 것과 유기체적인 것 양자 사이에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분리는 없다고도 했다.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은 물리·비물리적인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존재로서 사이보그의 출현은 기존의 현실세계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했던 인종·젠더(性)·국가의 경계마저 뛰어넘는 범인류적인 보편성을 지닌 심상이며 미래사회의 희망이라고 그녀는 주장한다.


이처럼 가상세계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없애 현실을 사이버 공간 속으로 확장한다. 불교철학에서도 깨달은 사람들은 ‘실재적인 삶 자체가 꿈이나 물거품 그리고 그림자와 같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질 들뢰즈는 ‘가상은 실재와 대립하는 허구가 아니라 충분한 실재성을 독자적으로 가진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요즈음 컴퓨터 게임이나 모의 비행훈련장에서 ‘혼합현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혼합현실 기술이란 실제화면과 가상화면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보여줌으로써 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혼합현실 기술은 가상현실의 현실감을 극대화시키는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이다. 즉, 혼합현실 기술은 이렇듯 실제환경과 가상환경을 매끄럽게 연결해준다.


머잖아 뇌 안에 칩을 넣어 인간의 생각을 직접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때 모든 감각을 통제할 수 있는 완전 가상현실이 가능해진다. 칩은 각각의 IP주소를 갖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무선으로 다른 사람들의 네트워크와도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통합 신경망을 이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는 한몸화 현상이요, 전 인류가 깨달음에 기반하여 한몸으로 진화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IT·NT·BT를 연결한 종합적인 기술의 발전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를 모두 연결하여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산업­지식사회 이후에 인류가 걸어가는 큰 길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명실상부하게 형성되는 날, 거기에는 오직 생각이 있을 뿐이고, 모든 것은 생각의 속도로 연결되어 동시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바로 이런 경우에도 해당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간다면, 기업과 정부 그리고 개별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가오는 한몸­정각사회는 IT·NT·BT를 핵심기술로 삼아 60억 전 인류와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한몸으로 연결될 것이므로 이들 분야에 대한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젊은 청소년들은 공부할 때 이들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업들은 부단한 연구개발에 힘쓰며, 정부는 아낌 없는 지원을 가속시켜야 할 것이다.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스피드 세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용인타임스
글쓴이 : 개마고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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