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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태양초 만들기

 
전원 이야기 | 2007/09/01 (토) 13:28
태양초 만들기
 
고추 32포기를 심어 기르고 있다.
이 정도면 8월이 되면 익은 고추를 따느라 매일 한 차례씩 고랑에 나가야 한다.  날씨만 좋으면 그루마다 주렁주렁 열려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자주 와서 별로 딸 일이 없다. 따 봐야 말릴 수도 없으니 해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따야 한다. 하지만 그러고도 수확량이 적다. 탄저병이 걸려 자꾸 썩는다. 이웃집들을 보니 날이 개면 탄저병 막는 농약을 치느라 바쁘다. 물론 난 안친다. 그냥 목초액이나 뿌려보는 정도다. 목초액 뿌리면 병 안걸린다고 선전하더니 아무 소용이 없다. 목초액 효능의 90퍼센트는 미신이다.
 
탄저병이 걸린 고추는 가차없이 따서 버렸다. 어쩔 수가 없다. 구기자나무 다섯 그루도 탄저병이 걸려 구기자가 익지 않고 새카맣게 썩는다. 다 훑어 버렸기 때문에 9월부터 새로 열려야 한다. 비가 올 때마다 목초액을 뿌리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놈들이 목초액 신화를 지어냈는지, 나쁜 놈들. 무좀도 없어진다더니 아무 소용없고. 갖은 분야에서 이것저것 사기 안당하고 살기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익은 고추가 있어 날이 좋으면 내다 말리는데, 요즘 날씨로는 통 말릴 수가 없다. 비가 오면 안으로 들여와 선풍기를 틀어놓고 말리는데, 아무래도 때깔이 나지 않는다. 날이 궂어 고추가 잘 마르지 않으면 색깔이 자꾸 퇴색해서 어떤 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곰팡이도 생긴다. 곰팡이 생기면 못쓰는데 비가 자꾸 내리면 막을 길이 없다.
 
지금까지 겨우 두 봉지(약 2킬로그램)를 말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니 시중에서 태양초라고 하거든 믿지 않는 게 좋겠다. 우리 어머니도 300포기쯤 심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일단 건조기에 넣고 푹 쪄서 햇볕에 내놓는다. 그러면 아주 빨리 마르는데, 그런 걸 태양초라고 해서 거래한다. 내가 시도하는 진정한 태양초는 만들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리고 태양초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다.
 
올해 고추를 사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태양초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빨갛게 잘 익었으면 그건 건조기로 쪄서 말린 것이다. 우리 고추처럼 울긋불긋, 더러 빛깔이 빠진 게 있어야 진짜 태양초다. 그러니 태양초가 더 좋다는 믿음이나 환상은 버리는 게 좋겠다.

- 비가 오면 꽃 수분이 잘 안되고, 탄저병이 번진다.
고추는 열대성 식물이라 비 자주 오고, 온도가 차면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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