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닭모이 그릇은 원래 보리수나무 밑에 있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서 참새들이 이 나무에 몰려들기 시작하여, 몰래 닭모이를 훔쳐먹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참새가 늘어 어떤 때는 백여 마리가 앉아 있을 때도 있다. 소문이 났는지 커다란 콩새나 산비둘기도 기웃거린다.
그래서 두 컵이면 될 사료를 꼭 세 컵, 네 컵은 주어야 우리 닭들이 배곯지 않고 알을 제대로 낳는다. 그러다보니 사료를 사들이는 시기가 빨라져 내가 귀찮아졌다. 닭사료를 사려면 일부러 농협까지 가서 1만 5백원을 내고 차에 실어와야 하는데, 이렇게 사오는 절차가 귀찮다. 그래서 닭사료를 훔쳐먹는 참새들이 미워 모이 그릇을 거실 창문 아래쪽으로 옮겼다. 창문쪽에 잘 짖는 강아지 바니가 앉아 있다가 참새떼가 달려들면 한바탕 짖어달라는 노림수다.
그런데 키작은 바니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 참새를 감시하는 데 실패했다. 참새가 창턱 아래로 저공비행을 하니 바니가 보질 못하는 것이다. 수탉이 참새를 쫓아주면 좋겠는데 이놈들은 같은 조류라서 그런지 보는둥마는둥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끔 내가 소리를 지르거나 창문을 두드려 새를 쫓는데, 어쨌든 전보다는 좀 낫다. 아무래도 눈이 올 때나 너무 추울 때는 참새 모이도 부족할 테니 내가 참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봄, 여름, 가을에는 이 참새들이 우리집 닭사료를 훔쳐먹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 참새들이 겨우내 열심히 훔쳐먹으면 나는 3천원어치쯤 사료를 손해볼 것같다. 그 정도면 적선할만하니 나도 그냥 모른 척해야겠다. 그렇다고 참새떼 먹으라고 일부러 사료를 뿌려주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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