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은 겨울 동안 무슨 일을 할까.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늦가을부터 서릿발이 서면 흙이 일어나고, 낮 햇빛이 좋으면 도로 가라앉는다.
밤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면 더 심하다. 기온차가 심할수록 낮에 흙이 솟는 높이가 달라진다.
눈이라도 풍성하게 내려 추위가 여러 날 지속되는 날이면 땅속 깊이 얼음이 뚫고 들어가는데, 이때 어설피 숨어 있던 벌레들이 죽어버린다.
마침 입춘이 되어 밭에 나가보니 푹푹 발이 들어간다. 흙이 물러진 것이다. 이러면서 산소도 충분히 공급되고, 저희들끼리 위치를 바꾸기도 하는가 보다. 밭을 갈지 않아도 마치 깊이 간 것같은 효과가 있다.
산길을 가다 보면 흙이 물러져 발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 봄이 오는 증거다.
흙이 으쓱 어깨를 들추면 그게 봄이 온다는 소식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흙을 적시고, 나무뿌리는 이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봄은 온다.
오늘부터 봄이다.
![](http://i.blog.empas.com/bioclock/34533645_200x149.jpg) - 뒷산 설경 - 여름에는 아주까리가 풍성하던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