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우리집에서 불과 20여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평택 포승까지 왔다고 한다. 전라북도에서 처음 발생하여 전라남도로 퍼지고 있다고 할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코앞에 발생했다고 하니 걱정이다. 우리집 닭 다섯 마리 목숨이 걸린 일이 생긴 것이다.
나 혼자 막을 수 없는 일, 불가항력이다. 기다릴 뿐이다. 공무원, 군인, 방역당국자들이 신경 좀 써서 AI 확산을 차단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살다보면 이렇게 휩쓸려 오는 일이 너무 많다. 조용히 살면, 나 혼자 조용히 살면 세상이 내버려둘 것같은데 실은 안그렇다. 세상은 계속 시비를 걸어오고, 다그치고, 건드린다.
5.6 서울 광진구에서 꿩이 조류독감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집에서 가까운 안성시 미양면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서울, 안성, 평택이 삼각망으로 좁혀오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닭 다섯 마리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암탉은 세상 모르고 알 두 개를 품고 있는데. 이 녀석들의 미래는 있을런지. 9일만 더 있으면 병아리가 나오는데, 제발 조류독감이 비껴가기를 소원한다.
그나저나 보건복지부 이놈들은 대체 뭘 하는거람. 이런 실력으로 혹시 급성전염병이라도 돌면 꼼짝없이 전국으로 퍼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5.7 알아보니 보건복지부는 없어지고 오늘 청문회에 나와 어리버리하게 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소관인 모양이다. 이런 놈이 장관이라니, 발생하지도 않았고, 발생할지도 잘 모르는 광우병으로 날을 지새니, 정작 전국을 뒤흔드는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장관 이놈도 한 마디 안하고, 대통령도 도무지 아무 인식이 없는 듯하다. 이러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옮겨붙기 시작하면 이게 더 큰일인데, 정치적으로 한몫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야당인 통합민주당도 조류독감 얘기를 안한다.
이러는 사이 조류독감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게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작년엔가 천안 어디에 조류독감이 생겼을 때 당시 장관인 유시민이 현지까지 내려가 지휘를 하고, 우려를 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내버려두고 있다. 국정을 관리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정능력이 이렇다보니 정읍에서 처음 발생한 조류독감이 서울까지 올라오는데도 수수방관이다.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낮에는 마지 못해 서성거리다가 밤에는 퇴근하여 집으로 가는 모양이다. 이러니 밤에 나돌아다니는 가축 이동 차량은 관리가 안된다. 제발 조류 독감 문제에 신경을 써줬으면 고맙겠다. 난 지금 우리집 닭들 보기가 겁난다. 이녀석들까지 날벼락을 맞을까 물도 자주 갈아주고, 나름대로 애를 쓴다.
광우병으로 재미보는 세력들도 눈가리고 있지 말고 조류독감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게 훨씬 더 위험하다. 광우병은 국회의원들 독려하고, 적당히 여론 환기시키면 알아서 정리된다. 이명박대통령 마음대로 못한다. 하지만 조류독감은 지금 이미 우리들 속으로 들어와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도대체 이 나라에 방역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조류독감을 전국화시키는 이런 실력으로 무슨 광우병을 막는단 말인가. 큰일이다, 큰일! 조류독감 예방 소독약이라는 게 있는지 물어서 나도 좀 뿌려야겠다. 이명박 정부 믿다가는 우리집 귀여운 닭들 다 죽이고, 나까지 병들게 생겼다. 그저 나를 믿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