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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고추잠자리가 어디 갔지?

전원 이야기 | 2007/11/13 (화) 12:49
벌써 11월 13일이다. 그새 서리가 두 번 내렸다. 원래 온도가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곤충이 살기 힘든데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
그런데 올해는 시골에 사는 나도 고추잠자리를 두 마리밖에 보지 못했다.
이게 웬일인가.
연못이나 물 웅덩이에서 애벌레 시기를 지내는 고추잠자리가 혹시 궂은 날씨에 다 바다로 쓸려내려갔나?
태풍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장마 지난 뒤에 온 우기인가 뭔가 하던 그 비 때문인가?
 
지난 해 같으면 10월의 온도가 낮은 날, 산책길을 따라 추락해 꿈틀거리는 빨간 고추잠자리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보지 못했다.
날씨가 영상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잠자리, 파리, 개미 같은 놈들이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물의 구조가 변해 이 곤충들의 생체 조직이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다. 물 구조는 15도, 30도, 45도, 60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도 고추잠자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 체온이 37도 정도인 것은 물 구조 변화 경계선인 35도와 40도 중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체온이 30도에 이르면 동사하고, 45도에 이르면 더워 죽는다.)
 
올 10월 산책길에 많이 본 것은 달팽이다. 누구 잘못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스팔트나 시멘트길마다 헤아릴 수없이 많은 달팽이들이 집단으로 나와 죽어 있는 게 자주 보였다. 유독 올해만 눈에 띈 현상이다. 원래 달팽이야 풀숲이나 채소밭에 많이 있기는 했는데, 올해처럼 많은 달팽이들이 길에 나와 죽는 건 처음 본다. 뭔가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난 것같다.
 
달팽이를 관찰해보니 아주 죽은 건 아니고 입구에 막을 형성해 수분 방지를 막으면서 가수면에 빠진 듯하다. 전에 달팽이를 방안에서 겨우내 길러보았는데, 이놈들은 수분이 부족하면 입에 막을 지어 버틴다. 그러니까 아스팔트에 나와 있는 놈들은 제딴에는 겨울을 난다고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자동차들이 용서없이 갈아버리고 만다.
 
하긴 이상한 일이 그뿐 아니다. 우리집 고추는 지금도 꽃을 피운다. 어저께 풋고추를 땄는데, 며칠 있다 또 딸 수 있을 것같다. 겨울 준비한다고 알을 낳지 않던 닭들이 요즘들어 정상으로 돌아왔다. 살이 토실토실 쪄서 그런지 쑥쑥 잘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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