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말티즈 할머니 바니(12세. 만 11세)입니다. 다리도 못쓰는 장애견이 뭐가 좋다고 웃냐고요.
사실은 저 괴롭히는 재미로 저렇게 웃는 거랍니다.
저는 비록 3살 꼬마이지만 뒷다리 못쓰는 할머니 눈앞에서 바람처럼 달리지요. 리키가 미워 죽을 것같다네요. 하지만 바니 할머니에게도 무기가 있어요. 으헝! 한번 포효하면 저는 바짝 졸아서 꼬리 내립니다.
저 리키는 3살 수컷, 바니는 12살 암컷, 성이 다르면 동물의 세계에서는 평화가 오는 법인데 우리집은 안된답니다. 둘 다 중성화 수술을 해서 그런지 전혀 끌림이 없어요. 제 눈 좀 보세요. 나름대로 할머니하고 친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제 눈 보면 진심을 아시겠지요?
저 입양 기념으로 2010년 5월 13일에 시골에 놀러갔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기분 나쁘다고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5월 9일에 제가 왔는데, 전 아직 낯설어 죽겠는데 할머니가 텃세를 부리는 겁니다. 할머니가 장애견이라고 아마 나더러 재롱부리라고 입양한 모양인데, 저런 미친 할머니한테 어떻게 재롱을 부리냐고요.
저 리키를 훈계 중인 할머니 바니입니다. 바니가 뭐라고 야단치는 중이고, 저는 건성으로 듣는 체합니다. 할머니한테 가서 엉덩이 냄새도 맡아보고 싶지만 가까이만 가면 으르렁대니 그럴 수가 없어요.
- 둘이 가까이 붙어 있는 적이 없어요. 언제나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돼요.
큰 맘 먹고 더러 가까이 가지만 할머니가 으르렁대니 무서워 더 접근하지 못합니다. 전 할만큼 하고 있다고요. 할머니 요양보호사하라면 할게요.
저거 보세요. 할머니 바니는 아빠만 쳐다봐요. 전 늘 곰돌이만 잡아요. 왜 할머니를 케이지에 가둬두지 않고 자꾸 거실에 내놓느냐구요. 할머니가 나오면 거실은 완전히 할머니 차지거든요.
안전한 소파에 올라가 곰돌이 데리고 놀다 거실 바닥에 떨어지는 날이면 전 정말 미치겠어요. 거실 바닥은 할머니 바니의 영역이거든요. 케이지에 있을 때도 제가 그 앞을 지나가면 마구 으르렁대요.
저러고 늘 지키는데 제가 안무섭겠어요?
바니 할머니는 아빠 품에 안겨 있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걷지 못하는 장애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요. 저는 뭐냐고요.
헐, 저 미친 할머니가 우리 아빠를 독차지했어요. 난 갈 데가 없네요. 황당하지 않아요?
알고보면 전 너무 외로운 개입니다. 곰돌이 인형하고 매일 씨름하며 삽니다. 어휴.
이게 제 장난감입니다. 혼자 놀라고 이런 거나 주는 거겠지요.
으앗, 소름 끼쳐! 이 미친 할머니가!
이게 우리가 가장 근접한 사진입니다. 더이상은 안됩니다. 뽀뽀라도 해봤냐구요? 할머니라면 응당 해주겠지요. 하지만 바니 할머니가 혹시라도 뽀뽀하는 날이면 절 물어죽이는 날일 걸요.
아빠가 신문 보는데 미친 할머니가 무릎에 앉아 있어요. 난 갈 데가 없어요. 저 외로워보이지요?
그래서 심술 좀 부려봤어요. 아빠 신문 보는 데서 곰돌이를 잡아돌리는 거지요.
아빠는 자꾸 바니 할머니 기를 살려주는 공범이니까 저를 쫓지는 못해요. 돌리고 돌리고, 지칠 때까지 돌릴 거에요.
아빠 옷에 올라가 자니 잠이 잘 오네요. 미친 할머니가 우리 아빠를 빼앗아갔어요. 어쩌지요?
좋은 수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난 거실 여기저기 오줌 싸는 거 말고는 호소할 방법이 없네요. 거실에 오줌 눴다고 아빠는 간식도 안줘요.
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내 편인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안와요. 누나도 내 편인데 잘 안와요. 저 미친 할머니와 하루 종일 신경전 벌여야 하는 제 처지가 슬퍼요.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줘요. 전 아직 세살이라구요. 이대로 살 순 없어요. 혹시라도 할머니가 열두 살이니 머잖아 죽을 거 아니냐는 답은 사양해요. 우리 아빠가 바니 할머니를 서른살까지 살려서 기네스북에 올린대요. 끔찍해요.
- 용인에서 3살 리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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