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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3 - 리키 바니

리키 매력포인트가 사실은 유기된 이유?

우리 도조 주니어 리키는 혀를 내미는 게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 매력이 어디에서 나왔나 연구하다 보니 어쩌면 한때 유기된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리키는 소형 요크셔테리어종으로 뒷다리의 슬개골이 있기 하지만 그닥 유기될만한 단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생후 7개월 경에 유기되어 보호소에 수용되었다가 내게 재입양되었으니 뭔가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리키의 장점으로는 13살 바니할머니를 갖고 놀 정도의 지능, 간식 놓고 벌이는 협상 능력, 새로 만나는 사람을 재빨리 사귀는 친화력 등이 있다. 단점을 찾아보니 슬개골, 오줌의 불규칙적인 난사, 그리고 혀 세 가지다.

 

단점 중 슬개골은 수술을 마치고 나니 이제 바람처럼 날아다니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되었다. 4월 11일에 수술했는데 3개월만인 7월 11일 정도 되니까 산책 중에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는 의사의 권고로 뛰지 못하게 막아 전력질주한 적이 없었는데, 주의기간인 3개월이 지나니 힘이 용솟음쳐 주체를 하지 못한다. 목줄을 풀어주면 미사일처럼 날아간다. 그리고 오줌 난사는 아직 원인을 규명 중인데, 현상이 특이하다. 1차는 화장실에, 1차는 거실에, 3차는 화장실에, 4차는 거실, 이런 식이다. 거실에 실례할 때 왜 여기 누었느냐고 물으면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한다. 화장실에 볼 때는 일부러 간식을 내주면서 칭찬하는데 그럴 때면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런데도 잘 안된다. 아마도 뿌리깊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듯한데 아직 파악을 못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게 혀다. 혓바닥을 길게 내미는 걸 보고 둘리 같다면서 좋아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언제나 나와 있다. 잠을 잘 때에도 나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리키의 약점을 찾기 위해 아래턱을 조사해보았다.

아뿔싸, 부정교합이다. 

아래턱이 짧아서 혀를 말아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 사료를 먹을 때도 어려워한다. 아래턱이 짧다보니 음식물을 자꾸 흘리는 것이다. 

앞에서 보면 부정교합 아래턱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혀를 말아올렸는데, 그러면 턱이 다른 개와 달리 사람에 가까운 모양이다.

실제로는 위턱과 아래턱이 길이가 달라 윗니 아랫니와 교합이 잘 되지 않는다. 

담당 수의사는 혀가 늘 나와 있어 갈라질 위험이 있으니 때때로 꿀을 발라주라고 권했다.

부정교합으로 약간 불편을 겪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불펀한 건 없다. 그럼에도 리키가 아기 시절에는 이게 두드러지게 보였을 테고, 어쩌면 기형 강아지라고 여긴 주인이 길에 내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니 내 눈에 예쁘게 보인다고 남의 눈에 예뻐보이라는 법은 없다.

단점도, 모자람도 예쁘게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할 때 사랑스러워진다. 유기견도 길러보고, 여러 가지 사연이 있는 개들도 길러보았는데 사랑으로 모든 게 극복되었다. 다섯 번이나 파양되던 말티즈 도반이는 내게 올 때 8세쯤이었는데,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고 하도 물어대서 곤욕을 치렀다. 손님이 오면 이 아이부터 개장에 가두곤 했다. 그래도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말을 걸어주니 어느 정도 저나 나나 견딜만했다. 사랑받겠다고 내 품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 아이가 14세까지 살다가도록 더 치유를 해주지 못한 게 안타깝지만, 그녀석이 남긴 유전자가 지금 바니 할머니(13세, 말티즈, 암컷, 5세 때 파양되어 리콜)에게 남아 처음에는 어지간히 까탈스럽고 누구든 가까이 오는 사람은 다 물려고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얌전한 애완견으로 변신해 있다. 식용견으로 팔려가던 중 내 눈에 띄어 개장수에게 돈을 주고 사들인 도신이는 죽는 날까지 삶을 만끽했다. 4개월동안 분양이 안되자 떨이로 데려온 잉글리쉬 코커 암컷 도리는 우리집 복돌이란 애칭으로 온갖 사랑을 받으며 마당과 마을과 뒷산을 오가며 마음껏 살다 갔다. 처음부터 예쁜 강아지가 어디 있겠는가. 가장 비싼 돈을 치르고 입양한, 가장 좋은 품종이라던 말티즈 도란이는 사실은 열네살로 갈 때까지 갖은 질병에 걸려 고생했다. 마지막에는 암을 비롯해 너무 많은 병을 안고 있다가 내 품에서 숨을 놓았다.

 

다들 한두 가지 단점쯤은 갖고 있는 게 유기견이다. 특히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리키는 슬개골 수술비가 어느 정도 될 거라는 걸 알고 입양했다.(진단, 수술, 요양 과정에 모두 150만원이 들어갔다. 뒷다리 양쪽 동시 수술) 슬개골 때문에 잘 뛰지 못하던 리키가 바람처럼 날아가는 것만 바라봐도 내 마음이 시원하다.

사랑하고 사랑하다보면 유기견 출신들이 갖고 있는 단점쯤은 메꾸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네 인생도 배워나가자. 어떤 단점이든 혹은 신체 결함이든 사랑으로 메꿔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 아이들을 통해 깨달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