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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다알리아 이야기

 
전원 이야기 | 2008/07/16 (수) 09:21
우리집에 다알리아가 피었다. 한 송이는 이미 지고 두 송이가 활짝 피고, 대여섯 송이가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얼굴이 어찌나 큰지 웬만한 아가씨만하고, 사람 얼굴같이 훤하다. 색깔은 엷은 보라색에 마젠타가 조금 더 들어갔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저도 나도 부끄러워진다.
* 주) 마젠타 : 색깔을 나타내는 인쇄, 디자인 용어로 붉은원색을 가리킴. 색을 가릴 때 마젠타 10퍼센트, 20퍼센트 식으로 규정한다.
 
내가 딸 일로, 무슨 일로 시름하는 사이에도 다알리아는 마냥 웃기만 한다. 참 미치겠다.
아침에 침실 창문을 열면 맨먼저 보이는 게 이 다알리아다. 새벽, 해 뜨기 전인데도 내가 저를 쳐다보자마자 빙그레 웃는다.
그래, 내가 용기를 가지마. 그렇게 화답한다.
 
원래 현관문을 열면 인사하는 꽃이 따로 있는데(나팔꽃), 요즘에는 창문 너머 다알리아하고 인사하는 게 우선이다.
현관문 앞에 자라는 두 줄기 나팔꽃은 일본 이름 아침 얼굴, 영어 이름 아침의 영광마냥 저만 잘난 척한다. 나팔꽃은 날 위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꽃을 길러보고, 지금도 여러 종류가 마당에서 다투어 피고 있지만, 다알리아만큼 인사 잘 하는 꽃은 아직 보지 못했다. 
해마다 뿌리를 거두어 잘 보관하다가 땅에 심으면 저렇게 인사를 잘하니, 이 녀석 제법 의리가 있다.

- 어째 사진에는 보랏빛이 잘 안나타난다. 왼쪽은 2007년산, 오른쪽이 2008년산. 그 뿌리에서 난 거라

둘이 똑같다. 백반 생긴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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