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6 (월) 21:42
잡초는 잡스런 풀이란 뜻이다. 우리말로는 기음, 김인데, 잡초라는 한자어에 밀려 거의 쓰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잡초로 불리는가. 물론 잡초로 불리는 것들도 다 제 이름이 있다. 심지어 번듯한 것들도 잡초가 되기도 한다.
이제 5월 하순이 되고보니 다음달 6월까지 잡초는 마구 자랄 것이다. 이걸 뽑아야만 전원생활이 되니 잠시 쉬어가는 생각으로 잡초론을 적어보자.
잡초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있지 말아야 할 자리에 있는 풀을 가리킨다. 그러다 보니 비름같은 풀도 가꾸면 무쳐먹기 좋은 작물이 되고, 내버려두면 잡초가 된다. 감자밭에 핀 아주까리는 잡초다. 쌈싸먹으려고 기르는 아주까리 사이에 난 나팔꽃은 잡초다. 나팔꽃 화단에 난 해바라기는 잡초다. 해바라기 옆에 피어 있는 민들레는 잡초다. 우리집에는 하얀 민들레만 기르는 구역이 있는데 여기 난 노란 민들레는 잡초가 된다. 또 대가 붉은 엉겅퀴를 기르는데, 푸른 대 엉겅퀴는 잡초가 된다.
보리밭에 난 콩이 잡초요, 콩밭에 난 보리가 잡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설 자리에 서 있는가.
서 있어서는 안될 자리에 서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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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잡초를 뽑지 말고 잘 길러야 본 작물이 자란다는 농법도 있다. 잡초에 벌레가 몰려들고, 그 벌레를 잡으려고 다른 곤충이 몰려들어 결국 작물은 무사하다는 이론인데, 실전에서 결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간혹 잡초를 안뽑으면 잡초가 거름을 다 빨아먹어 작물이 잘 안자란다는 경험밖에 없다.
잡초가 무섭게 자라는 6월에는 이 농법 핑계대고 잡초를 뽑지 않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