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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쌈을 먹으며

 2008/05/30 (금) 20:56

 

5월이 되면서 쌈을 먹기 시작한다. 상추는 먼지나 다름없는 씨를 뿌렸는데 신기하게도 쑥쑥 자라 이젠 먹음직스럽고, 아주까리는 작년에 심은 게 너무 잘 자라 쓸 데도 마땅치 않아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저희들이 알아서 싹을 틔우더니 또 잘 자라고 있다. 아주까리 잎도 참 순하고 고소하다. 

 
향채(고소)는 반은 저희들이 알아서 나고, 반은 새로 심었는데,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병원에 있다 나와 컨디션이 별로 안좋은 요즘은 이 향채 때문에 살아갈 의욕을 느낀다. 텃밭 한쪽에 기르는 취와 부추도 잎이 연하고 향이 좋아 역시 별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케일, 양배추, 그냥 배추, 파, 고추도 생산되기 시작하니 곁들여 먹으니 새삼 우리 태양이 고맙다.
 
씀바귀류는 절대 심지 않지만 우리 가족 먹을만큼은 알아서 자란다. 또 민들레도 그렇다. 흰민들레를 옮겨 심은 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크게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맛을 보지 못했다. 또 대 붉은 엉겅퀴도 가까스로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운 터라 올해는 맛을 보기 어려울 것같다.
 
이래저래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올려다보며 잘 먹고 있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어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단지 씨앗만 뿌리면, 약간의 거름만 주면 나머지는 태양이 알아서 길러주니,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서 내가 어찌 태양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요즘은 오이나 고추, 고구마, 감자, 가지, 토란, 토마토가 큰 잎을 내밀어 햇빛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햇빛이 좋은 날은 눈에 띌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나도 두 팔을 벌려 햇빛을 받아본다. 비타민 디와 몇 가지 호르몬을 잘 분비시키기 위해 잠시라도 빛을 모아야 한다. 나머지는 태양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는 없고, 저렇게 많은 채소며 과일, 나무, 곡식들이 나를 대신해 햇빛을 받아모은다. 태양과 나 사이에 사랑스러운 우리 푸른 채소와 과일들이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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