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은 광이되 쓸모가 있을락말락하는 광이 비광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커다란 파초 잎 아래 비로 분 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개구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저 길다란 붉은 옷을 걸치고 우산을 받쳐든 이는 누구일까?
일본인 오노 도후(小野道風)다. 894년생이니 꽤 오래 된 인물이다.
한국인들은 흔히 임진왜란 이전의 일본을 원시인들이 살던 야만의 땅으로 이해한다.
894년,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진성여왕 8년으로 최치원이 시무책 10여조를 진성여왕에게 올리는 해다.
발해는 대현석 24년으로 이 해에 죽고, 다음 대위해가 즉위한다.
궁예는 강릉을 점령한다. 이런 시절에 일본에서는 서도의 꽃이 피어 그 중심에 오노 도후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그림은 말년의 오노도후를 그린 그림이다.
비광 이야기를 해보자.
젊은 시절의 오노 도후가 서도를 공부하던 중 글씨가 잘 안써지자 짜증을 견디지 못하고 붓을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밖을 보니 비가 내렸다. 그는 울적한 마음에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개울이 불어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개울가에서 나뭇가지를 잡은 채 바둥거리며 물에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개구리를 보았다. 껍질이 미끌미끌한 버드나무라서 개구리가 앞발을 갖다대어 당기려 해도 잘 잡히지 않았다. 뒷다리는 물에 잠겨 금세라도 휩쓸려갈 지경이었다.
오노 도후는 이 개구리가 어떻게 되는지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개구리는 죽을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참만에야 개구리는 기어이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고 올라섰다.
오노 도후는 이런 미물도 죽을 힘을 다해 살려고 바둥거리는데 사람으로서 포기하려거나 좌절하는 것은 개구리만도 못한 것이라고 깨닫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서도에 열중했다.
그리하여 오노 도후는 일본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
비광은 일년의 마지막인 12월을 가리킨다. 그 마지막 달까지 개구리처럼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라는 의미를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그러면 일본에서 서예의 달인으로 일컬어지는 오노 도후의 작품을 보자.
- 다이고(醍醐) 천황의 명령으로 오노 도후가 쓴 글씨다.
글은 후지와라 히로부미(藤原博文)가 지었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일본 국보다. 92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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