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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3 - 리키 바니

리키, 요로 결석에 걸려 고양이 울음을 울다

그제 밤 밖에 나가 있는데 갑자기 딸 전화가 불이 났다.

리키가 갑자기 고양이 울음을 내기 시작했다고 난리가 난 거다.

고양이 울음이 뭔가 몰라 무슨 소리인가 물었더니 고양이 발정났을 때 우는 울음을 운다는 것이다.

뭘 먹고 체했나 보다 싶어 딸더러 기도를 유지하면서 안아주라고 시켰다. 별일 아닌 줄 알았다.

얼른 달려가보니 정말 고양이 울음을 내는 거 아닌가. 전에 수술할 때 "아이유 아이유" 하고 방정맞게 울어 그 본성을 대략 알기는 알지만 이건 정말 생소했다. 이번에는 고양이 목청으로 "아우 아우"이라는 거다.

얼핏 보기에 체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리키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는데 이상하게도 다리는 번쩍번쩍 쳐드는데 막상 오줌이 안나왔다. 전봇대마다 다리를 쳐드는데 신기하게도 오줌 한 방울 안나왔다. 깜짝 놀라 집으로 데려가 고추를 씻는데 버럭 화를 냈다.

 

아, 이거 요로에 이상이 생겼구나, 틀림없이 요로결석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밤중에 문 연 병원이 근처에는 없었다. 분당까지 가야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보였다. 일단 응급조치를 해보자고 오줌을 짜려 용을 썼다. 하지만 방광이 가득 차서 그런지 아프다고 어찌나 엄살을 부리는지 그것도 시원하게 해보지 못했다. 바니 할머니는 늘 오줌을 짜주기 때문에 어느 부위를 누르면 시원하게 누는지 잘 아는데, 이 놈 리키는 몸부림을 치면서 날 바니 할머니로 아느냐는 건지 화를 냈다.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일단 잠을 자기로 했다. 하지만 방광이 가득 찬 리키는 거의 10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따라가 보면 한 방울도 안나왔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힘을 주니까 결석이 고추를 압박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기나긴 밤을 보내고 병원 문 열기 30분 전에 가서 리키 주치의가 오기를 기다렸다. 리키 슬개골 수술해 준 그 의사다. 슬개골 수술 잘해준다고 일부러 큰 병원 동료하고 집도하고나서 수술이 끝난 리키를 자기집에 데리고 가 자려는데, 리키가 "아이유 아이유" 하도 크게 울어서 이웃집에 미안하여 그 밤중에 병원으로 데려다 가둬놓고서야 잠을 잤다는 그분이다.

 

나는 강연이 있어 떠나고 딸이 남아 지키는데, 수시로 문자가 들어왔다. 엑스레이 찍는 중이다, 돌이 두 개 보인다, 수술해야 한단다, 혈액검사해보고 나서 마취한댄다. 지난번 스켈링할 때 마취에서 잘 안깨 놀란 적이 있는 의사는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좀 중한 병이 걸린 애들은 분당 해마루 병원으로 가곤 해서 이 분은 우리 애들 치료비 걱정을 전혀 안해준다. 툭하면 오십만원, 백만원이니 나는 힘든데 그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슬개골 수술, 스켈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리키 고추를 절개해서 돌 두 개를 꺼냈다. 나중에 가서 보니 지름 4밀리미터 정도 되는 청색 돌이었다. 이걸 분석한다고 어디로 보냈다. 원인을 알아야 적당한 사료가 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요도에는 관을 끼워 오줌은 시원하게 수시로 마구 나온다. 수술 후 고양이 울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밥 달라는 소리만 한다. 고추 아파도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개를 십수 마리 길러봤는데 요로결석 걸린 놈은 리키가 처음이다. 너무 작은 놈이다 보니 요도가 가늘고, 그래서 결석이 생긴 모양이다. 요로결석은 산통, 급성췌장염과 함께 3대 통증을 동반하는 고약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튼 몸이 너무 작은 아이들은 병이 잦다. 리키 유지비가 꽤 나간다. 큰 아이들은 그야말로 사료값이면 충분했는데 이 녀석은 돈 먹는 귀신같다. 물론 그래도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당당한 우리 가족이니까.

- 리키가 누나를 상대로 간식 교섭 중이다. 입속 것이라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침대 아래 바니 할머니는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리키가 교섭에 성공하면 바니 할머니도 똑같이 얻어먹는다. 바니는 지금 리키의 교섭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중이다. 바니 할머니는 절대로 간식을 요구하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성질 급한 리키가 알아서 그때그때 교섭하고, 그러면 어차피 같이 얻어먹으니까 본인이 수고할 필요가 없다.

 

- 리키가 너무 힘들어 지쳤다. 3일 뒤에 요도 삽입관을 빼준단다. 그래야 다리 들고 조준 사격이 가능해진다. 그때까지는 기저귀 차고 살아야 한다. 지금은 매사 귀찮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