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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고?

국한문혼용론자라는 분들이 있다. 한자어를 섞어 써야 의미 전달이 잘 된다는 분들이다. 물론 한국어에 한자어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으니 이 주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 분들은 우리 글 속에 한자를 섞어쓰자는 주장을 더 하여 나와 생각이 달라졌다.

 

- 언론인 출신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의 한자어 표기. 조갑제닷컴은 모든 기사에 한자어를 혼용한다. <이 글 원문 보기>

 

우리말 속에 한자어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꼭 표기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괄호 안에 넣으면 된다. 그런데 이럴 필요도 없이 한자 자체를 아주 없애버리자는 과격한 한글전용론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쓰면서 한자를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고 적으면 되는데 굳이 한자어를 쓰면서 한자를 표기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들 중에는 비행기를 날틀, 조종사를 날틀꼭두로 쓰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면 언어 폭력 수준이다.

 

정치에만 극우, 극좌가 있는 게 아니라 이처럼 언어 표현에서도 극우, 극좌가 있다.

 

아래는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한자어가 무려 70%나 된다는 국한문혼용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누군가 쓴 글이다. 나도 사전을 찍어 이 사례를 지적하고 싶었는데 다른 분이 이미 해놓았길래 복사해왔다.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던데, 사실일까?

거짓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1만여 개의 낱말 가운데 한자어는 57%이다. 물론 그 한자어 가운데에도 사전에만 실려 있을 뿐, 현실에서는 일상생활 및 전문 분야 어디에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낱말이 수두룩하다. ‘푸른 하늘’을 뜻하는 말만 해도 궁창(穹蒼), 벽공(碧空), 벽락(碧落), 벽소(碧霄), 벽우(碧宇), 벽천(碧天), 벽허(碧虛), 제천(霽天), 창궁(蒼穹), 창호(蒼昊), 청궁(靑穹), 청명(靑冥), 청허(晴虛) 등 13개 이상이 실려 있고, ‘넉넉하다’는 뜻의 ‘은부(殷富)하다’처럼 우리가 죽을 때까지 듣도 보도 못할 낱말들이 많다.

 

한자 혼용파의 이러한 주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조선 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침략자들은 사전에 한자어를 70%나 되게, 토박이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낱말을 실었다. 한자를 숭배하던 대표 학자인 이희승과 남광우가 이런 주장을 계승하였다. 사전에 한번 올라간 말을 솎아내기가 쉽지 않고 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사전을 만드는지라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쓰지도 않는 한자어가 많다.
한글학회가 1957년에 완성한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이 47%, 한자어는 53%가 실려 있다. 5년에 걸쳐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 정재도 선생의 말에 따르자면,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버릴 경우 한자어 비중은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일지라도 자료 차원에서 사전에 싣는 게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나 표준어 선정 시기에 사전에서 빠지는 바람에 사라지고 있는 토박이말을 꾸준히 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한자 교육 강화나 한자 혼용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일반 국민의 국어 생활에서 실제로 중요한 지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낱말의 빈도이다.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따르자면 한국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낱말의 비율은 토박이말이 54%, 한자어는 35% 수준으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결코 한자어가 중심을 이루지는 않는다.그런데 이런 사정은 말하지 않고, 게다가 숫자까지 부풀려서 한자어가 우리말의 중심이라고 학부모를 협박하는 건 옳지 않다.

<이 글 원본으로 읽기> 




-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 범례. 전문이 일본어로 돼 있다. 말하자면 <일본어사전> 읽는 법 안내다. 이런 사전에 일본식 한자어 70%가 담기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 사전편찬자들이 바로 오늘날까지 우리말의 숨통을 옥죄는 친일학자들이다. 이따위 사전 만든 자들은, 평생 존경받고 살다 죽어 지금도 위대한 국어학자로 추모된다. 


아래는 내가 틈틈이 쓴 글이다.


한자 교육 안해 나라 망해간다는 분들에 대한 내 입장

초등학생에게 한자를 가르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고?


한자 모르고 쓰는 우리말은 암호문?

 

우리 사전에서 몰아내야 할 말들


'고려인'이 아직도 살아 있나?


조선이 아침이 조용한 나라라고?



망할 놈의 교과서 저자들


<초등한자교육 주장하는 친일학자들, 조선총독부 사전 내다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