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4 (목) 18:53
요즘 사극에는 조선시대 왕들의 얘기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다 좋은데, 한 마디 하자면 다들 귀신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영조니 정조, 숙종이니 세종이니 하는 조선국왕의 호칭은 사실상 본인들도 모르는 이름이다.
이런 걸 이름하여 묘호라고 하는데, 종묘에 귀신으로 모시면서 새로 지어 바친 이름이다.
그러므로 영조도 자신이 영조인 줄 모르고, 정조도 자신이 정조인 줄 모른다. 더구나 영조는 묘호를 지을 때 영종이라고 했고, 정조 역시 정종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호칭 인플레가 일어나 조로 바뀌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묘호라는 것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귀신을 모셔놓기 위해 생전 이름을 피하고 좀 음침하게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왕의 이름은 묘호말고도 시호가 있고, 전호가 있고, 능호가 있다. 다 본인은 모르는 이름으로, 신하들이 계파간에 마구 갖다붙이며 싸우면서 지은 이름이다. 봉림대군 이호의 경우 묘호는 효종, 시호는 선문장무신성현인(한자 변환하기 귀찮아 그냥 넘어감. 적어봐야 의미도 없고), 전호는 경모, 능호는 영릉이다.
그러니 이제 연극을 하든, 소설을 쓰든, 드라마를 하든 이산, 이렇게 적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세종도 이도라고 하면 된다.
난 원래 소설을 쓰면서 왕명을 직접 쓰는 편에 속하는데, 처음에는 독자들이 낯설어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옳게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써오고 있다. 그래서 선조는 이균이라고 표기하고, 태종은 이방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왕의 이름이니 본인들이 알던 군호(왕자 시절의 이름)를 불러주면 좀 예의를 차리는 게 될런지 모르니, 군호를 하나 추가한다면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즉 세종의 경우 충녕대군 이도라고 하듯이 말이다.
그러면 후세인들에 의해 강제로 불명예를 안은 <연산군-광해군> 두 분도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
즉 조선 제10대 국왕 연산 이융, 조선 제15대 국왕 광해 이혼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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