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5 (화) 23:40
'어륀지'라고 하자는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경숙이 위험하다. 최근 영어 교육에 대한 급진적인 대책을 발표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다른 정책에서도 너무 경박하게 나열만 하고, 툭툭 함부로 집어던지고 있다.
그는 이 시대 코드에 맞지 않는 인물이다.(나름대로 성격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 지금은 아무도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혁명하듯이 급진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코드다. 지금은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 시절이다.
아마도 그는 이명박 정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명박 씨는 그가 숙명여대총장이라는 겉모습에 혹해, 그리고 지나간 시절에 숙명여대를 키운 능력을 높이 산 듯한데, 지금은 그런 식의 해법이 먹히지 않는 때다.
아마도 그는 이명박 정부의 비아냥거리를 양산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정부요직을 맡게 된다면 아마 더 할 것이다.
그가 최근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하면 아무도 모른다면서 어륀지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공교육을 강화하자는 근거로 든 게 이 말이다. 그분이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게 구설에 오르기 딱 좋은 코미디소재가 되었다. 어차피 오렌지는 이제 우리말이다. 미국 가서 사용할 때는 미국 발음으로 알아서 쓰면 된다. 미국에서 어륀지라고 한다고 해서 우리까지 어륀지라고 할 필요가 없다. 미국 발음, 영국 발음 다 따져가며 따라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알기 쉽게 말해서 미국 가게에 가서 우유를 사려면 밀크라고 하면 이놈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미역이라고 말해야 우유를 준다. 하지만 미국에 가서 생활할 정도면 밀크를 미역이라고 발음한다는 걸 대부분 안다.
또 F 발음을 현실화하여 ㅎ으로 표기하자고 하는데, 사실 F는 ㅍ도 ㅎ도 아닌 그 중간이다. 어느 것으로 해도 틀린다. 하지만 우린 F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 다 배워서 안다. 미국 가서도 ㅍ로 발음하지는 않는다. 언어학자도 아닌 분이 왜 이렇게 전문적인 분야에서 목소리를 높이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언어를 다루면서 언어학자들하고 의논하지도 않고 자기가 마치 무슨 국제적인 언어학자나 된 것처럼 경박하게 굴고 있는 것이다.
이경숙 씨는 다른 데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툭툭 생각나는대로 함부로 말하는 모습이 부담스럽다. 반드시 그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명박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이 이경숙을 신임한다는 건데(성격적으로 비슷한 과라서), 그러면 둘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륀지 총장님이 무슨 사고를 또 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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