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남의 전공을 비난할 때 주의해야 할 일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같은 전공자 중에서도 일가를 이루거나 문리가 트인 사람들은 독보적인 생각을 한다.
그런데 흔히 자신의 전공에 취해 이웃 전공자들을 비난할 때 자기도 모르게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무심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 통번역사회장이란 분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 영어 번역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맞는데, 그 이전에 할 일을 빠뜨렸다.
먼저 기사를 보자. 기사 뒤에 이어쓴다.
-----------------------------------
"문화재의 조잡한 영어설명부터 바꿔야죠"
'통·번역사협회' 첫 회장 맡는 김지명씨
국내 동시통역계 '베테랑 맏언니' "엉터리 통·번역 바로잡겠다" 포부
곽아람 기자
 
지난 30여년 간 수많은 국제행사에서 통역·번역을 해 온 김지명(여·60)씨가 우리나라 통·번역사 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는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하는 '사단법인 한국 통·번역사협회'엔 1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 국제회의·전시 전문 업체인 ㈜컨벡스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는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국제 행사의 통역 번역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1차에서 5차까지 APEC 정상회담 때마다 수석통역사를 맡았고,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동시통역 책임자였다.

그가 이번에 여러 사람들과 뜻을 모아 통·번역사들의 모임을 꾸리기로 결심한 까닭은 "엉터리 번역과 통역을 없애는 일에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쎄 어느 한식당 메뉴판의 '육회'(肉膾) 옆에 'Six Times(六回)'라고 써 놓은 것을 본 적도 있어요. 인터넷 번역기로 번역한 것이라고 해요. 그뿐인가요. 얼마 전 서울시가 만든 해외공연 팸플릿엔 단옷날 그네 타는 모습을 표현한 '추천가'의 '추천(革+秋 韆·그네)'을 'Recommendations(推薦)'으로 번역해 놓기도 했더라고요."

14일 만난 김 대표는 "어처구니 없는 번역의 오류들은, 번역에 대해 번역자가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풍토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전국 통·번역사들의 수준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중략)

김 대표는 지난 198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1기로 졸업한 동시통역계의 '맏언니'. 해외 체류 경험도 없이 외국어 전문가가 된 '토종 통역가'다. 오로지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과 열정만으로 오늘까지 왔다.
그는 통·번역가 협회가 앞으로 시급히 해야 할 일로 우리나라의 역사적 자료들을 번역하는 일을 꼽았다. "지난해 3.1절 행사를 동시통역하면서 '기미독립선언문'조차 공식 영어 번역본이 없다는 걸 알고 너무 놀랐어요. 전국 각 문화재마다 설치된 안내판의 조잡한 영어 설명들도 개선돼야죠."
그는 "이밖에 늘어나는 외국인 관련 재판을 위한 법정(法廷) 통역사 자격증 제도 설립 등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국가 공인 통·번역사 자격증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2.16 00:57
-----------------------------------------------
다른 데는 모르겠고 밑줄친 부분을 보자.
 
"글쎄 어느 한식당 메뉴판의 '육회'(肉膾) 옆에 'Six Times(六回)'라고 써 놓은 것을 본 적도 있어요. 인터넷 번역기로 번역한 것이라고 해요. 그뿐인가요. 얼마 전 서울시가 만든 해외공연 팸플릿엔 단옷날 그네 타는 모습을 표현한 '추천가'의 '추천(그네)'을 'Recommendations(推薦)'으로 번역해 놓기도 했더라고요."

육회와 추천을 잘못 번역했다고 나무라는 건 통번역사로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이도 한국인인데, 육회와 추천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는 왜 주목하지 않을까. 특히 추천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말을 번역하는 것보다 다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는 말을 어떻게 남에게 알려주겠다는 것인가.

 

육회는 날고기회, 추천은 그네, 척사는 윷놀이로 바꿔야 한다.(달리 다듬을 수도 있고) 이런 어휘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우리끼리 의사소통하는 게  더 급하지 않겠는가.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해야 알아듣지 미국인들은 오렌지가 뭔지 모른다고 어느 분이 경망하게 떠드니까 통역사 번역사들까지 춤을 추는 듯한데, 일에는 순서가 있다. 우리말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말하는데, 이명박 당선인은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 외래어 쓰는 건 그럴 수 있지만, 영어를 날로 쓰는 건 국가지도자로서 품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봇대도 그분 입에서는 폴이라고 나왔었다. 두잉 데어 베스트니 베스트 오브 베스트니 걸러지지 않은 영어가 방송을 그대로 탄다. 그분은 입을 열면 영어가 너무 쉽게 나온다. 국민교육을 생각해 이런 버릇 좀 고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