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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이명박 정부는 영어를 참 잘해요

2008/02/19 (화) 15:30

 

이명박 당선인이나 그 밑의 인수위원들이나 한결같이 외래어가 아닌 영어를 너무 많이 구사하고 있다. 이것이 영어교육을 하자고 주장하는 그네들의 속내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말을 잘하는 것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하고 크게 다를 건 없다. 우리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걸 보면 우리말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것같다. 앞으로 지켜보면 알겠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말이 매우 혼탁해질 가능성이 많다. 이 점에서는 큰일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을 놓치면 큰일난다. 문화라는 건 한번 무너지면 돈으로도 잘 복구가 안된다. 우리말을 버려야 선진화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뭔가 단단히 잘못 배웠거나 우리말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던 듯하다. 이분들도 이제 국가의 명운을 움직이는 위치에 선만큼 우리말에 대한 애정을 갖고, 또 그 가치를 인식하고 언어생활을 잘 다듬었으면 한다.

 
아래 기사를 보면 이명박 당선인이나 그 측근들이 우리말을 얼마나 홀대하고, 영어를 마구잡이로 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자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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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李당선인 "난 친기업", "전봇대 몇달째", "두잉 데어 베스트"]
'영어 몰입교육', '규제 전봇대', '숭례문 복원 국민모금'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일 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두달여 활동기간 동안 인수위가 남긴 말 중에는 뜨거운 논란과 함께 유행어가 된 표현들이 적지 않다. 또 그 중 대부분이 영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8일 재계총수 간담회에서 언급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는 어느새 'MB노믹스'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당시 이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친기업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프렌들리' 시리즈는 '프레스 프렌들리'(친언론)로도 이어졌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지난해 12월31일 첫 기자회견에서 "'프레스 프렌들리'한 인수위가 되겠다"며 대언론 관계를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지난달 18일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언급한 '전봇대'는 기업규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 당선인은 "대불산업단지에 갔더니 그 하나 옮기는 것도 몇달이 지나도록 안 됐다"며 관료주의를 질타했다.
그러나 곧 '규제 50건당 공무원 1% 감축' 등 일방적인 방침들이 발표되면서 '전봇대 뽑기'라는 표현도 '후유증이 우려되는 무리한 규제철폐'라는 뜻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는 지난달 29일 이 당선인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최고의 인재들로 뽑을 것을 주문하면서 쓴 표현이다. 이달 10일 청와대 수석 인선 결과를 발표하던 이 당선인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뽑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몰라도, 저와 함께 하면 '두잉 데어 베스트'(Doing their Best, 최선을 다함)는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륀지'는 이경숙 위원장의 대국민 인지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 표현이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영어공교육 공청회에서 "제가 미국에서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요. 그래서 '오∼륀지' 이러니까 가져오거든요"라며 "외국어 표기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 검토 방안 등과 맞물려 '영어 우선주의'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30일 "'노 홀리데이' 인수위를 실현하기로 했다"며 두달여의 강행군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 인수위 관계자들은 초반 1개월 간 휴일을 반납한 채 고강도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