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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저소득층무상교육지원차량

2008/04/30 (수) 20:47

 

오늘 집으로 돌아오다가 저 제목을 옆구리에 큼지막하게 박아넣은 승합차를 보았다.

그 안에는 초중생 대여섯 명이 타고 있었다. 순간 화가 너무 나서 휴대폰 카메라로 그 글귀를 찍었다.
그런데  해상도가 나오지 않아 여기는 못올린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공무원이란 사람들은 왜 머리가 이렇게 이상할까 생각해 본다.

왜 자기네 관점에서만 세상을 볼까, 원래 그런 사람이 공무원이 되는 건지, 공무원이 되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 임마, 네 자식이 저 승합차에 타고 있어도 그따위 표현을 쓸래? 애들이 얼마나 속상하겠어. 

 
공무원 중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글을 올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머리도 있으리라.
아는 사람이 얼마 전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이해한다는 게 뭔가. 저소득층을 이해하고, 장애인을 이해하고, 서민층을 이해한다는데 그 이해의 첫걸음이 뭔가.
그러면서 그는 이해는 영어로 understand, 즉 높은 데 말고 낮은 데 선다는 뜻이란다. 상대보다 낮은 데 서야 비로소 그를 이해할 수 있다, 뭐 이런 뜻이란다. 느낌이 오는 얘기였다.
 
공무원들은 결코 낮은 데 서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 낮에 우리 용인시장이 내세운 미친 구호 '세계최고 선진용인'을 성토하면서 화를 냈는데, 오는 길에 또 이따위 글을 보았다.
듣자하니 용인시장은 이 구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단다.

기가 막히는 다른 얘기도 들었는데 귀씻을 겸 얘기해보면, 이곳 정치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천기누설'이란 글을 보더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단다. 이런 데서 내가 산다.

 

담당공무원님, 이 사설 좀 읽어볼래?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좀 알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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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랑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학기 중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 절반 이상이 방학 중에는 급식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본지 12월1일자 참조)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급식 지원 학생은 61만 명인데, 방학 중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은 29만 4000명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방학 마다 되풀이 되는 배경에는 끼니를 거르는 학생 중 상당수가 ‘3천원 짜리 쿠폰’이 창피하고 지정된 식당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차라리 한 끼 굶는 것을 선택하는 모양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방학에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즉각적이고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쿠폰의 금액을 올려 방학 중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식당에서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급식지원이 학기 중과 방학 중으로 나뉘어 있어 그 책임 부서가 상이하고, 부서 간 긴밀한 업무협조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각이 생긴 만큼 이 간극을 줄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둘러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 이번 겨울 방학부터는 급식 지원 대상 학생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특히 경제 위기 한파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이번 겨울은 사회적 약자인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 국회에는 현재 결식아동 급식 지원과 관련한 예산 증액이 보건복지위원회 예산 소위를 통과한 상태로 예결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추운 겨울에 급식 지원에 의존해 한 끼를 해결하는 우리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방치하지 않으리라 본다.

차제에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끼니를 거르는 급식 대상 학생들에 대한 확실한 지원과 아울러 차상위 계층 자녀에 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과 복지의 실천 노력은 더불어 사는 삶을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뜻이 있고 사랑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한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