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월) 20:49
중국 사천성에서 일어난 큰 지진으로 갖가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 중에 언색호라는 말이 오늘 아침뉴스부터 갑자기 등장하고 있다. 웃음이 나오고, 또 신경질이 난다.
우리 언론들은 정말 뭐든 거저먹기다. 중국 뉴스는 중국 발음대로, 중국 말 그대로 적어 날리면 되고, 일본 뉴스 역시 일본 발음이나 일본 말로 그냥 써버리면 그만이다. 언어 주권이라곤 없는 것같다.
언색호는 중국 말이다. 왜 지진 발생 지역을 쓰촨성 원천현이라고 하더니 언색호만 갑자기 우리 발음대로 적는지 모르겠다.
그냥 얀사이후라고 해야 되는 중국말인데 말이다.
우리말에는 언색호라는 게 없다. 지리학 용어로, 필시 일본에서 들여왔을 법한 학술 용어가 있을 뿐이다.
지리학 용어인 언색호(堰塞湖)는 다른 말로 폐색호라고도 하는데, '산사태로 생긴 토사나 하천의 퇴적물, 화산 분출물이 하천의 물줄기를 막아 생겨난 자연호수'를 가리킨다. 침식이나 용해 등으로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낯선 용어가 등장할 때는 우리말로 바꿔 보도하면 어떨까.
<갑자기 막힌 물길>이라든가, <지진으로 생긴 자연호수> 정도로 하면 얼마나 알아듣기 쉬운가. 머리를 맞대 의논하면 더 좋은 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언색호의 언은 낙동강 하구언이라고 할 때나 쓰이는 어려운 한자다. 이런 중국식 용어를 함부로 쓰는 것이나 영어권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쓰는 거나 그게 그거다. 다 나쁜 것이다.
그나저나 쓰촨성도 좋고, 원천현도 좋은데, 한자로나마 꼭 지명을 적어주면 좋겠다.
그럼 삼국지는 왜 산궈지라고 부르지 않고, 조조는 왜 차오차오라고 하지 않는가. 파리를 패리스라고 부르고, 모스코바를 모스코라고 부르는 미국놈들은 다 바본가?
--------------------------
- YTN에서 '지진으로 생긴 자연호수'나 '자연호수'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휴~.
'이재운 작품 > 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해는 되고 일본해는 왜 안되나? (0) | 2008.12.16 |
---|---|
소년이 있는데 왜 소녀가 필요할까 (0) | 2008.12.16 |
유기문서가 뭐니? (0) | 2008.12.16 |
저소득층무상교육지원차량 (0) | 2008.12.16 |
전대통령이 사는 집은 사저인가? (0) | 2008.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