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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황해는 되고 일본해는 왜 안되나?

2008/05/28 (수) 22:12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황해 운운하는 장면을 뉴스로 보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입에서 황해라는 단어가 나왔다.

하긴 그분은 쇠고기도 소고기라고 발음하는 분으로 맞춤법이니 표준말이니 하는 걸 잘 모르실 테니 내가 좀 지적해야겠다.
 
* 맨아래 황해 명칭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께서는 서해라고 말씀하시고, 통역이 나서서 중국에 말할 때 黃海라고 중국어 발음으로 말해주면 된다. 영어로 할 때는 Yellow sea라고 해도 좋다. 다만 한국어를 쓸 때는 서해라고 하란 뜻이다. 한국어로 북경이라고 하면 통역이 알아서 베이징이라고 해주듯이 말이다.
 우리나라 바다는 본디 서해, 동해, 남해가 있다. 그런 걸 서해를 중국이 황해라고 부르고, 동해를 일본인들이 일본해라고 불러서 말썽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해라고 하면 무슨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도 서해를 황해라고 해도 별로 성을 내지 않는다. 형평이 기울고 있다.
 
서해를 황해라고 하는 게 허용된다면, 동해 역시 청해라고 하든지 평화의 바다라고 하든지 중립적인 이름을 붙이면 된다.
서해를 우긴다고 해서 그 넓은 서해바다가 다 우리 바다가 되는 거 아니고, 그 넓은 동해를 다 동해라고 우긴다고 우리 바다가 되는 게 아니다. 동해를 바라보는 일본인들 눈에는 동해가 아니라 서해일 뿐이다. 또 자기네 쪽은 자기네 바다인데, 굳이 '한국해'라는 영문명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문제로 고집부리지 말고 황해를 인정해주고, 동해 문제를 서로 평등하게 개명하면 된다. 우리가 애초 상상력이 부족해 아무 데나 동서남북을 갖다붙이다 보니 이런 꼴이 났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바다 이름을 지어 놓았더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북쪽에 있으면 북구, 남쪽에 있으면 남구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작명하는 일이 허다한데 누굴 탓하랴만, 좀 신경써서 예쁘고 고운 이름을 지어주면 오죽 좋으랴. 일본도 여태 제대로 된 바다 이름을 짓지 못했으니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좋은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 동해-일본해로 싸움을 벌이는 것은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일방의 바다도 아닌 걸 가지고 감정 싸움을 그치지 못하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증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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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명칭은 어떻게 하여 공식화되었나?
 
1961년 4월 22일 국방부 지리연구소에서 약 12만 4000여 개의 지명을 일괄정리하여 고시한 적이 있다.(국무원 고시 제16호/내무부 국립건설연구소 중앙지명위원회). 이때 국방부가 아무 생각도 없이 서해를 황해로 적은 것이다. 문제가 있다 하여 1965년에 이번에는 외무부, 법무부 등 정부가 나서서 회의를 한 끝에 황해 명칭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후 이 명칭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태생이 이러한만큼 황해를 보는 시각은 중국과 한국이 판이하다.
중국은 황하, 요하 등에서 흘러나간 황톳물 때문에 바다가 누렇다 하여 황하라고 한다. 사실상 이게 정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바다가 얕아 흙탕물이 자주 생긴다 하여 황해란다. 견강부회다. 게다가 황해도의 황해가 그런 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에서 서해라는 우리 명칭을 버리고 중국 명칭인 황해를 받아들이기로 한 데는 동해 때문이다. 동해 명칭 문제로 일본과 싸우는 중인데, 서해를 고수하면 논리가 궁색해진다는 것이다. 여긴 한중이 합의하여 어느 나라에도 이롭지 않은 황해라는 명칭을 쓰듯이 동해도 마찬가지라는 억지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즉 동해는 우리나라 동쪽에 있어서 동해가 아니라 유아시아 대륙의 동쪽에 있어서 동해라는 주장이다. 그럼 인도양은 남해인가? 대서양은 서해인가? 이래서 동해 문제가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한국 외에 어떤 유라시아 국가도 동해를 동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말이 안되니 따라오는 나라가 없다.
 그러지 말고 푸른바다라고 하든지, 평화의 바다라고 하든지 한일 양국이 승복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일본은 일본해라고 우기고, 한국은 한국해니 동해니 하고 우기면 끝이 없다.
* 이미 황해는 어쩌는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한글로 쓸 때는 서해라고 하고, 영어로 쓸 때는 어쩔 수 없이 Yellow sea라고 쓸 수밖에 없다. 한자는 적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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