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8 (목) 11:49
노무현 전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그가 살 집을 가리켜 '사저'라고들 하고 있다. 물론 언론이 그렇게 쓰는 것인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처음은 아니고 다른 분들이 퇴임할 때도 그렇게 써왔다. 그러니 김영삼, 김대중, 전두환, 노태우 씨가 사는 집도 사저가 되는 셈이다.
사는 公이 아니라 私라서 그렇게 붙인 것이겠지만, 저는 무엇인가?
원래 뜻은 왕이 아닌 세자가 머무는 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왕은 殿에서 산다고 하여 전하, 혹은 대전이라고 부르지만, 세자는 邸에서 산다고 하여 저하라고 부른다. 다만 대저라고는 하지 않고 동궁이라고 한다. 저보다는 궁이 높기 때문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처럼, 언젠가는 궁에 오를 인물이니 그렇게 불러도 무관한 것이다. 실제로 궁의 동쪽에 살기도 하고.
그런데 왕후가 사는 곳도 왕보다는 낮추어 저택(邸宅)이라고 했다. 따라서 세자든 왕후든 왕에 비해서는 한참 낮은 계급이고, 당호 역시 그런 것이다.
말은 항상 인플레가 되는데, 이후 일반 양반들의 호사스런 집을 가리켜 저택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통령제가 시작되면서, 봉건사회도 아닌 민주사회에서 궁을 쓸 수가 없어 청와대를 관저라고 불렀고, 이것이 결국 사저라는 말로 연결된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저마다 당호를 지어 소박하게 호 삼아 불렀으면 좋겠다. 이승만 전대통령의 이화장처럼 말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집을 가리키는 말을 다양하게 공부해보자. 필자의 저술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 중에 나오는 것이다.
가(家) : 본뜻은 돼지(豕) 집(宀)이다.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는다는 데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집을 나타내게 되었다.
혹은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는 고대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한다. 제주나 만주 지방에는 지금도 돼지우리 위에 집을 짓는 경우가 있다. 돼지가 뱀 따위의 침입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인분을 주기 쉬운 가옥 구조를 이룬 것이라고 한다.
당(堂) : 집 중앙의 남향 방위에 있는 방으로 대청을 뜻한다. 이 당에는 바깥주인이 기거하기 때문에 대개 당호(堂號)로서 호를 대신하기도 한다. 사명당(유정 스님), 청허당(휴정 스님) 같은 경우이다.
- 당실(堂室) : 당(堂)이 집 중앙의 남향의 대청인데 비해 실(室)은 집 중앙의 북향의 거실이다. 이런 뜻에서 실이라고 하면 어머니나 아내를 가리키기도 한다. 정실(正室)은 본부인, 측실(側室)은 첩을 가리킨다.
- 당옥(堂屋) : 임금이 정사를 보거나 또는 의식을 행하는 정전(正殿)을 가리킨다.
방(房) : 몸채 대청의 뒤쪽에 있는 방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혼례 후 신랑이 신부방에서 첫날 밤을 지내는 의식을 동방화촉(洞房華燭)이라고 한다. 또 산 속에 있는 집. 산장(山莊)을 산방(山房)이라고 한다. 흔히 아호(雅號) 따위의 밑에 붙여 서재(書齋)의 뜻으로도 쓰인다. 미당 서정주의 서재는 봉산산방(蓬蒜算房)이다.
실(室) : 실(室)은 부부가 거처하는 방을 가리키고, 가(家)는 집안이란 뜻으로 부부나 가정을 말한다. 앞의 당실(堂室)과 혼용되어 쓰인다.
궁(宮) : 원래는 일반 백성이 거처하는 집이었다가, 진한(秦漢) 이후로는 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 궁궐(宮闕) : 궐(闕)은 왕궁 정문의 전망대로서 궁성(宮城), 궁전(宮殿)의 뜻이다.
우(宇) : 우주(宇宙)는 천지사방(天地四方)과 고금왕래(古今往來)를 의미한다. 즉 우(宇)는 공간, 주(宙)는 시간을 뜻하여 이 세상(世上)을 나타낸다.
주(宙) : 집의 동량(棟梁) 즉 대들보를 뜻한다.
택(宅) : 일반 주택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택(幽宅)은 죽은 이의 집으로 무덤을 말한다.
- 택호(宅號) : 벼슬 이름이나 장가든 곳의 지방이름을 붙여 그 사람의 집을 부르는 이름이다.
사(舍) : 사람이 임시로 머무는 집으로, 살림을 하지 않는 곳이다. 객사(客舍), 관사(官舍), 교사(校舍)에 쓰인다.
- 사랑(舍廊) : 집의 안채와 떨어져,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곳을 가리킨다.
랑(廊) : 집안의 복도, 행랑을 가리킨다.
낭묘(廊廟) : 정전(正殿)을 가리킨다. 즉 정사(政事)를 보는 곳, 곧 조정(朝廷)을 이르는 말이다. 묘당(廟堂)이라고도 한다.
호(戶) : 방이나 집 또는 사물의 출입구를 가리킨다. 옛날에는 호(戶)로서 한 가구를 나타냈는데, 유목민들이 쓰는 겔(양가죽 펠트로 둘러싼 움집)의 경우 문이 한 개 밖에 없다. 그러므로 문의 개수로 호수를 나타낸 것이다. 백호장(百戶長)은 백 군데 집의 대표를 말하고, 천호장, 만호장 역시 천 군데, 만 군데의 대표를 말한다. 주로 유목민들이 쓰는 말이다.
문호개방(門戶開放)이란 말은, 곧 문을 열면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유목민의 가옥 구조에서 나온 말이다.
장(莊) : 별장(別莊), 별저(別邸), 별서(別墅)를 뜻한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이화장(梨花莊), 한용운의 심우장(尋牛莊) 등이 있다.
- 장전(莊田) : 왕실의 사유지를 가리킨다.
전(殿) : 큰 집, 커다란 건물로서 주로 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가리켰다. 이런 뜻에서 절의 경우 부처를 모신 집을 대웅전(大雄殿)이라고 한다.
- 전각(殿閣) : 임금이 거처하는 궁 곧 궁전으로, 궁전과 누각의 뜻이 다 들어 있다.
- 전당(殿堂) : 크고 화려한 건물을 가리킨다. 예술의 전당이나 명예의 전당 따위로 쓰인다.
- 신전(神殿) : 신을 모신 집을 가리킨다.
각(閣) : 궁전이나 관청의 뜻이다.
이런 뜻에서 전각(殿閣)의 아래란 뜻으로 높은 사람에 대한 경칭을 각하(閣下)라고 하였다. 각의(閣議)는 내각 즉 중신들의 회의를 말한다.
청(廳) : 관청(官廳), 마을, 관아(官衙)의 뜻이다.
려(廬) : 오두막집. 농막 등을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여사(廬舍)는 밭 가운데 세운 식사와 휴식용의 집, 즉 농막(農幕)이나 전사(田舍)를 가리킨다.
또 무덤 옆에 세워놓고 상제가 거처하는 초막(草幕)으로서 의려(倚廬)와 악실(堊室)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유비가 제갈양을 찾아간 것을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하는데, 초려가 바로 제갈량이 살던 오두막집이다.
묘(廟) : 사당(祠堂)을 가리킨다. 조상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또는 성현이나 위인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묘당(廟堂), 종묘(宗廟), 공자묘(孔子廟) 등으로 쓰인다.
사(寺) : 절이다. 즉 스님들이 부처를 모시는 집을 가리킨다. 사찰(寺刹)이라고 한다.
시(寺) : 한자로는 사와 같지만 시라고 읽을 때는 관청을 가리킨다.
붕(棚) : 오두막집, 가건물, 시렁 또는 선반 따위를 가리킨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 시기에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이 연금되었던 장소를 우붕(牛棚)이라고 하는데, 우붕이란 소 외양간을 가리킨다. 따라서 중국의 우붕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형무소는 아니며 농촌의 외양간 건물 따위가 임시감금 장소로 쓰였던 데서 나온 말이다. 가축을 기르는 우리는 붕잔(棚棧)이라고도 한다.
붕이 가장 널리 쓰이는 말로는 대륙붕(大陸棚)이 있다. 즉 대륙붕은 대륙이나 큰 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깊이 200미터 이하의 경사가 완만한 해저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바다에 있는 시렁이나 선반처럼 돼 있다는 의미이다.
잔(棧) : 여관이나 여인숙을 가리킨다.
영화 용문객잔(龍門客棧)이 바로 여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란(欄) : 우리를 가리킨다.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이다.
마굿간 즉 말을 기르는 곳은 난구(欄廏)라고 한다.
소(巢) : 나무(木) 위에 새의 집(臼)이 있고, 그 위에 새 세 마리(巛)가 앉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새집’이라는 뜻을 나타내었다.
훗날 사람 짐승 가축 벌레 물고기들의 집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그래서 새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을 소거(巢居) 혹은 암서(巖棲)라고 했다.
또 소굴(巢窟)이라고 쓰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과 땅에 굴을 파고 사는 것(巢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나중에는 도둑이나 악한 따위들이 모여서 활동의 근거지로 삼는 곳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굴(窟) : 굴이다.
짐승이 사는 굴, 혹은 도적이나 악인 등의 근거지를 굴혈(窟穴)이라고 한다.
동굴(洞窟)은 안이 텅 비어, 넓고 깊은 큰 굴을 가리킨다. 동혈(洞穴)이라고도 한다.
동(洞) : 굴이다. 동(洞)은 굴(窟)보다 안의 공간이 더 넓다.
동네 어귀 또는 동굴의 입구를 동구(洞口)라고 한다.
혈(穴) : 동물들이 사는 구멍으로 토실(土室), 소굴, 동굴을 가리킨다. 원래 황토지대가 많은 중국에서는 혈(穴)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을 가리켜 혈거(穴居)한다고 한다.
뢰(牢) : 우리, 마소나 돼지 등 가축을 기르는 곳이다. 감옥(監獄)이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마지막으로 탈출하다 들킨 곳이 호뢰관(虎牢關)이다. 즉 호뢰란 호랑이 우리란 뜻이다.
저(邸) : 집, 저택, 여관, 곳집, 창고, 왕족이 사는 집 등을 가리킨다.
그래서 저관(邸觀)은 저택과 누각을 가리킨다. 또 왕세자를 저하(邸下)라고 부르는데, 왕세자 같은 왕족이 사는 집이 저(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통령의 집무실을 관저(官邸)라고 부르는 말도 여기서 연유된 것이다.
관(館) : 객사, 원(院), 여관 따위를 가리킨다. 관청이나 학교처럼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건물이다. 영빈관(迎賓館) 따위이다.
원(院) : 굉장히 다양하게 쓰이는 말이다.
먼저 집을 가리키는 말로 시작하여 담장을 두른 궁실(宮室)을 가리키기도 한다.
담이나 울타리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여러 집 중에서 여성들이 거주하는 내전(內殿)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경우 내원(內院)이라고도 한다.
동산이나 원림(園林)을 가리키기도 한다.
뜰이나 정원을 나타내기도 한다.
관청이나 공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학교, 유학자의 거소를 나타내기도 한다.
절, 도관(道觀), 도원(道院) 등 종교시설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墅) : 농막이나 별장을 가리킨다.
숙(塾) : 글방이나 서당, 숙당(塾堂)을 나타낸다. 오늘날의 기숙사(寄宿舍)를 의미하기도 한다.
공익을 위하여 의연금으로 세운 교육기관을 의숙(義塾)이라고 한다.
재(齋) : 집 또는 방이란 뜻인데 주로 공부하는 곳이다
서재(書齋), 재궁(齋宮)이라고 쓴다.
교(校) : 학교를 가리킨다.
헌(軒) : 추녀, 처마, 집, 가옥, 행랑, 난간.
신(宸) : 집. 아무 데나 쓰지 못하고 황제가 사는 곳을 가리킨다.
- 신거(宸居):천자가 거처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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