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7.19/아이폰6. 용인 원삼 농촌테마파크 인근 연꽃마을에서.
꿀벌이 있길래 사진을 찍었다.
움직임이 없어 자세히 보니 꽃술 사이에 엎드려 숨진 지 오래 되었다.
꿀벌은 일사불란한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독립적으로 사망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게다가 연꽃에는 그리 많지 않은 꿀을 따러왔다가 그 수고로움에 지쳐 꽃술 사이에서 시간을 멈추고 마지막 숨을 거두다니, 말하자면 내가 글을 쓰다가 숨을 거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수가 노래하다 죽고, 화가가 그림 그리다 죽고, 작가가 글 쓰다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 세상에, 너는 어찌 그리 영특하게 연화장을 선택했단 말이냐. 부럽다. 참 부럽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찍은 것이다. 맨 뒤에는 며칠 뒤 늦은 저녁, 근처를 지나가다가 차를 세워놓고 연꽃과 연잎이 입을 다무는 광경을 찍은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연잎이 스스로 오므라들었다. 연꽃이 오므라드는 속도는 좀 느린데 잎은 빨랐다.
여불위였던가, 십수년 전 신문연재 소설을 쓰면서 꽃잎이 다물기 전 대추 몇 알을 넣어 밤새 연꽃잎에 감싸 두었다가 이튿날 아침 연꽃이 다시 피어난 뒤 그 대추를 갖다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이야기를 넣은 적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증해보지 않아 모르겠고, 그저 들은 말인데, 다시 생각하니 다 우습다. 독자들이 지루하게 읽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게 그런 이야기까지 쓰다니, 나의 한 시절이 그렇게 지나갔다.
마음껏 구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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