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13일 밤)에 그립고 그립던 리키가 마침내 꿈에 찾아왔다.
하늘 간 지 1년 8개월만이다. 그간 리키가 꿈에 아빠를 찾아오지 않아 많이 속상했었다. 자리를 못잡아 아직 소식을 못전해오나 걱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키는 하늘에 아는 사람이나 아는 개가 없다. 어린 것이 저 홀로 먼저 갔으니 하늘에 아는 얼굴이 있을 리 없다. 이승에서는 오직 바니하고만 부대끼며 자라서 저승에서 함께 뛸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점이 늘 걱정스러웠다.
답답할 때는 허공을 향해 "도롱아, 도란아!" 옛 아이들을 불러가며 리키 좀 챙겨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다.
그러다 지난 8월에 바니 할머니가 가고나서야 겨우 안심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리키가 제 가족들을 찾아낸 모양이다. 마침내 리키가 왔다.
내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이려니 여긴다. 리키는 용케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할아버지들을 찾아내고, 할머니들을 찾아내 함께 어울리고 있는 것이다. 생전에 그런 그림은 있을 수 없건만 꿈에서는 생생하게 나타났다. 다 바니의 공이려니 여긴다.
어딘가 좋은 일로 내가 앞서 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우르르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보니 우리 아이들이다. 보자마자 엔돌핀이 확 솟구치는 우리 아이들. 녀석들은 보란듯이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렸다.
키 큰 도롱이와 희동이가 씩씩하게 앞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이어서 두 녀석이 더 달리는데 덩치가 작은 도신이와 리키로 보였다. 리키가 처음에는 도란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는 확실히 리키였다. 어찌나 잘 뛰는지 족제비가 들판을 달리는 것같았다. 생전의 리키는 슬개골 수술을 받아 그리 잘 뛰지 못했는데 꿈에서는 빠르기가 질풍같았다.
함께 잘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리키가 어린아이가 되어 활짝 웃으면서 아빠인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아빠가 그리웠는가 보다. 웃는다. 그냥 처음부터 웃기만 한다. 크기가 정말 작다.
그렇게 웃던 리키가 역시 웃으면서 똥을 누었다. 노란 똥이 여기저기 널렸다. 그러면서도 한참 동안 쑥쑥 똥을 잘 누었다. 내가 사료를 준 적이 없는데 어디서 잘 얻어먹었는가 보다. 그러니 걱정말라는 신호같다. 똥을 다 눌 때까지 리키는 아빠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나도 기특해서 리키를 응원했다. 정말 시원하게 똥을 잘 누었다. 이제 걱정 안해도 되겠구나 싶다. 큰 아이들이 저토록 든든하게 지켜주니 리키야 마음껏 재롱을 떨어도 될 것이다.
이제 바니만 다녀가면 된다.
바니는 아직 오지 않았다. 기미가 없다.
바니까지 다녀가야 내가 마음을 아주 놓으련만 아무 소식이 없다.
바니 간 지는 아직 석 달이 채 안되었다. 100일 탈상 기준으로 보면 아직 상도 안끝난 셈이다. 난 아직도 바니의 분골을 가지고 있다. 멀리 갈 때는 데리고 간다. 아직은 보내지 못한다. 언제고 꿈에 와서 잘 있노라고 알려줘야만 집착의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있을 것같다.
- 생전에 함께 잠을 자는 모습. 항상 떨어져 잠을 잤다.
- 리키는 바니 할머니가 반신불수인 걸 조롱하느라
종종 누나 침대에 올라가 이처럼 건방진 포즈를 취했다.
- 하반신 불수인 몸을 일으켜 뒤뚱거리며 걷는 바니.
바니가 질주하는 광경을 꿈으로 보여줘야 내 마음이 놓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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