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가끔 과자를 사들고 들어온다. 저 먹다 남은 건 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딸도 나도 실은 지난 10년간 과자를 먹지 못했다. 과자를 먹으려면 봉지를 뜯어야 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함께 살던 리키와 바니가 번개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쩌다 몰래 뜯어놓은 걸 먹으려 해도 아삭아삭 씹는 소리에 녀석들이 또 달려들곤 했다.
오늘 딸이 놓고간 무슨 크래커가 있길래 집어들었다가 무심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전처럼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먹을 수 있으려나 걱정하는 마음이 찰나에 지나갔다. 웃음이 나온다. 10년 습이 무섭다.
- 사사건건 참견하더니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집이 적막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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