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셨다.
소뇌 경색이 심해져서 운동 기능이 거의 없다. 의식만 가느다랗게 남아 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동안에는 내 존재를 의심할 일이 없었는데, 어머니가 곧 가신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다. 나의 본이 뽑히고, 원이 막히는 것같다.
기도해도 소용없고 통곡해도 소용없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면 어서 가시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 욕심으로 기어이 숨을 붙여 놓으려 애를 쓴다. 순전히 내 욕심이다.
눈물샘에 괸 눈물이 아무리 많아도 이 슬픔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생사 앞에서 무력해지는 내가 치욕스럽다.
- 2009년 부여 무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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