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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6

어머니, 회광반조(回光返照)를 보이시나

어머니가 4월 12일에 천안 병원으로 옮겨 오셨다.

그간 대전에 계시면서 요양병원과 을지병원 응급실을 수차례 오가셨다. 

총선 투표일인 13일에 내려가보니 중증응급환자이던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신다.

선거하러 가자 하니 벌써 하셨단다. 소뇌 뇌경색 후유증이다.

그래서 "이완구 찍었느냐?" 여쭈니 허허 웃으신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투표한 총선에서 어머니는 청양사람 이완구를 찍으셨다고 했다. 이완구가 산너머 비봉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이완구가 총리되었다가 낙마하여 재판중이라는 사실은 아직 모르신다. 끝내 모르실 것이다.

말씀을 드리면 다 알아들으신다. 하지만 어머니 말씀은 이제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예, 아니오 두 가지만 분명할 뿐 나머지는 이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요즘 들어 환생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내가 배운 기준에 따르면 어머니는 환생하실 거다. 다음 생에서는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생에는 자식 공부시키기 바빠 삶 자체에 빠지셨다. 금강경 하나 뜻 새기며 읽을 기회가 없었다. 평생 외우신 천수경조차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신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반야심경 정도야 단숨에 다 외우시지만 역시 반야가 뭔지 모르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 공부를 할 수는 있는 집안에 환생하시어 좋은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윤회의 사슬에서 어서 벗어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난 이번 생을 끝으로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지 않을 자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더라도 오고 싶지 않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를 다시 뵐 새가 없을 것같다. 하늘시간으로는 짧다 하니 그걸 기대할 뿐 세속의 시간으로는 그 시간이 백년이 될지 천년이 될지 나도 모른다.

- 손녀 손 잡고 예산 향천사 돌계단 오르시는 어머니. 2012 5월 28일.


- 아버지가 생전에 뒤란에 심은 분홍 장미. 

해마다 5월이면 피어나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2012년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