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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6

오늘은 내 사촌동생 하늘 간 날

<바이오코드 프로그램 만든 이재만이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 사촌동생 이재만은 2014년 7월 22일에 하늘에 갔습니다.

1970년 7월생인데 그 7월에 가더라고요.


사촌이 여럿이지만 재만이는 그중에서도 내 일을 많이 도왔기 때문에 이래저래 저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습니다. 프로그래머라서 종종 일을 시켰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대개 당숙이 뭔지도 모르고 자라는데, 우리 딸은 당숙, 당숙하면서 이 동생을 따라다녔습니다.


하늘 가기 보름 전엔가, 제 권유로 동생이 시골 산채에 가 머물고 있을 때 잠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4% 밖에 안되니 설사 죽더라도 더 재미난 세상이 있지 않겠니, 그렇게 위로했습니다. 진심으로요. 짜식은 빙그레 웃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살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군산에서 나는 작은 복이 있는데, 이 복어의 독을 구해 쓰고 싶다더라구요. 그러면서 암환자들 카페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교환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었지요.

흉선암이라는 특이암이었습니다. 불길함을 느꼈지만 달리 해줄 게 없었습니다. 흉선암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고, 병원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더라구요.


때마침 같은 마을 우리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병환 중이시고, 간병인이 상주하여 내 코가 석 자인 지경이라 동생의 병증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연구하길래 격려만 하고 자신감 가지라는 위로만 했지요.

그로부터 열흘 뒤인가 증세가 악화되어 안산 병원으로 이송했고, 거기서 7월 22일 오후 여동생에게 병실이 더우니 선풍기 사오라 하여 그걸 틀고 시원하다더니 자정께 갑자기 갔습니다. 갈 때는 고통없이 편하게 간 듯합니다.

 

먼저 하늘로 간 우리 애견들이 반겼을 것같습니다. 동생이 내 서재에 머물 때 7마리나 되는 우리 애견들하고 아주 친했답니다. 아이들 하나둘 먼저 보내놓고 하늘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고민이 많았는데 이처럼 가까운 식구들이 하늘에 간다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촌이 갔으니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아이들을 끔찍히 아끼시던 장모님도 가시고, 아이들을 사랑스러워하시던 아버지도 가셨으니 그런대로 하늘 살림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늘 가거든 형이 만든 바이오코드 관련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 했는데, 2014년 이래 제가 두어 가지를 영감받아 개선한 점이 있습니다. 동생이 보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늘 통신원으로 삼았으면 좋겠는데, 하늘에서도 바쁜 일이 많아 내가 시킨다고 다 하겠습니까. 혹시라도 "형, 하늘 와보니 그런 거 다 부질없어." 이러면 소용없지요.


오늘이 기일이고 간 시각이니 동생 위해 연꽃 한 송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