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후배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리 축구팀이 올림픽 8강전에 올라가고, 진종오란 선수가 금메달 땄다더라. 그런데 아무 감동이 없는 거야. 내가 중국 무협은 원래 허무맹랑해서 싫어하지만 SF는 좋아했거든. 근데 요샌 SF도 싫어. 10년 전만 해도 친선축구라도 국제경기면 밤늦게라도 모여 소리 지르며 보곤 했는데, 이젠 보고 싶지도 않고, 골을 넣어도 무슨 느낌이 안들어. 내가 늙었나, 세상이 재미없어졌나?
그런데 이 아우가 이러는 겁니다.
- 공부 많이 하다보니 세상이 재미가 없어졌나보지요. 담배 피우고 술 마셔야 암 걸리는 게 아니라 마누라 잔소리가 발암 물질이고, 빨갱이라고 몰아부치는 극우가 우울증 바이러스라잖아요. 그냥 적당히 줄 지어 따라가면서 오래 살자구요.
- 내가 개를 많이 길러봐서 아는데 주인에게 꼬리 잘 치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이 오래 살더라구. 개성 강한 놈은 일찍 죽어. 집 나가는 놈도 있고.
- 그래서 진박 있고 친문 있는 거지요. 권력에 기생하면 얻어먹을 게 많잖아요.
- 주인도 세 끼, 종도 세 끼, 결국 나눠먹는데 종하고 나눠먹으니까.
- 담배 한 갑 피우면 4800원이 세금이라는데 저는 하루에 두 갑, 일년이면 365만원을 세금으로 낸다구요. 소주세 등등 부가세, 간접세는 어떻구요. 이건 착취라구요. 조병갑 물세가 문제가 아니라 담뱃세, 부가세, 이거 수탈 수준입니다. 그래도 야당이 안지켜주잖아요.
- 야당 특권도 그렇게 뜯어낸 세금으로 이뤄지는걸.
- 정치인은 믿을 놈 하나 없어요.
- 옛날에 군수 현감 되어 덜렁덜렁 지방에 내려가봐야 아전 놈들이 병풍 치고 뇌물 바치고 기생 갖다 바치고 알랑알랑하는 사이에 혼이 다 빠져서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줄도 몰랐지. 조병갑이 저 혼자 그랬냐고. 공무원인 아전놈들이 종질해줘 그런 거지. 그것도 모르고 1년 잘 있다 다른 데로 부임하고... 그게 공무원이었고, 공무원이 종이 된 사연이지. 그래도 종질하는 놈이 오래 사는 것같아. 권력만이 아니라 문학, 예술 분야까지 종질을 해야 잘 살더라구. 관이 개입된 데는 다 종질을 해야 된다더라고.
- 그럼 세상이 재미없어서 어떻게 산대요?
- 나도 걱정이야. 원래 먹는 욕심도 없는데 그런 소소한 취미마저 말라버렸으니.
- 큰일이네요.
- 이쁜 여자 보면 아직 가슴이 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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