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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6

어머니가 또 웃으신다

지난 주 일요일, 어머니는 하루 종일 눈을 뜨지 않으셨다.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주중에 면회 다녀온 막내가 위독하다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나는 가방을 챙기고, 어머니 수의에 넣을 부처님 그림을 준비해놓았다. 딸에게도 언제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 회사 며칠 쉴 각오하고 일을 미리 해두라고 시켜놓았다.


그래놓고 오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열 일 체지고 가보겠다는 집사람까지 데리고 천안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웬걸, 어머니는 두 눈을 다 뜨시고 일부러 웃어주시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오늘까지 대여섯 번의 위급상황을 기적적으로 버텨내신 분이다. 이번에도 형제들은 만일을 준비하면서도 어머니는 원래 강하시니 이번에도 이겨내시리라고 은근히 기대했다.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 물론 당장 내일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모른다. 정말이지 피가 마른다. 나을 가능성은 전혀 없고, 얼마나 더 견뎌주실 것인가, 날짜 세는 일만 남았다.


- 건강하시던 시절, 해수욕장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계신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