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몇년째 병상에 누워 계시다.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나온 것만 다섯 번은 될 것같다. 비상가방 싸들고 황급히 달려갔다가 되돌아온 적도 있다. 불모 덕분에 염습 때 쓸 부처님 그림까지 마련해두었다.
그런 중에 어머니를 걱정하던 내 이종형이 어제 저녁에 하늘로 갔다. 지난 달에 전화할 때만 해도 "이모 어떠시냐?" 묻던 형인데, "형, 우리 논 갈아엎어야 하니 어서 퇴원하라."고 내가 보챘는데, 느닷없이 폐섬유화에 따른 폐색전으로 갔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 폐가 굳어버렸단다. 가천대 교수로 있는 조카 즉 둘째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그간 어머니 문병 다녀간 사람들 중에서 먼저 간 이가 너무 많아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씀드려야 할지 말지 고민이다.
이번에 간 형은 하나밖에 없는 이모의 둘째아들이다. 즉 내가 고등학교 다니도록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 준 그 형이다. 중학교를 가르쳐준 육촌형도 어머니 문병 다니다 먼저 가시고, 고등학교 가르쳐준 이 형도 어머니 걱정하다가 먼저 가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는데, 이 두 형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 두 형의 보람이 클 텐데 아직도 걸음이 무겁다. 머리는 어둡고 몸은 느리다. 이빨이 부서지도록 악물고, 심장이 터지도록 달려야하건만 너무 게으르다. 하늘 간 두 형의 채찍이 두렵다.
2010년 여름에, 우리 어머니가 아프기 전에, 그리고 내 딸이 아플 때 나하고 셋이서 석굴암 범종을 타종한 동영상을 방금 전 돌려보았다. 더 열심히 살자,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는다.
- 2010년 8월, 경주 석굴암 에밀레모형 타종. 이후 딸은 건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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