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출판 일정이 많아 주로 실내에서 글만 썼다. 어디 나가질 않고 온종일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기침을 많이 하고, 가래가 생겼다.
게다가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 지원유세를 다니다보니 미세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 투표일 3일 전부터 목이 가라앉았다. 용각산이다 뭐다 나름대로 목이 쉬지 않으려 처방했는데 서울, 경기, 인천, 충청도까지 돌아다니는 바쁜 일정 때문에 어쩌지 못했다. 떨어질 걸 뻔히 알고도 죽을힘을 다해 운동하는 후보들을 보고는 설렁설렁 유세할 수가 없었다. 떨어질 때 떨어질지언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해 더 목청을 높이고, 더 힘을 쓰다보니 그리 된 것이다. 미세먼지가 자욱해도 목소리를 낮추거나 시간을 줄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비인후과를 수차 들락거렸다. 그래도 가래는 낫지 않았다. 강연할 때 힘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다 그저께 겨우 내가 왜 가래 때문에 고생했는지 그 원인을 알아내었다.
나는 몇년 전부터, 나이를 먹을수록 냄새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 열심히 씻고, 이 닦고, 귀지 파내고, 혓바닥 양치를 하고, 열심히 속옷을 갈아 입었다. 심지어 향수까지 썼다. 그런 중에 나름대로 꾀를 쓴답시고 세수할 때마다 수돗물을 코로 빨아들여 콧속을 씻어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수돗물을 비강 깊숙이 빨아들여 뱉기를 반복하다보니 점막이 손상된 모양이다. 알고보니 그때부터 코딱지가 안생겼다. 결국 코딱지가 져야 할 콧물이 기도로 넘어간 것이다. 이건 가래보다 더 끈끈하다 보니 잘 빠지지도 않았다. 목 언저리에 걸린 듯한데 악을 써도 빠지질 않았다.
결국 뭔지도 모르고 병원만 열심히 다닌 셈이 되었다.
이비인후과를 믿지 못해 내과를 찾아가서야 원인을 알아낸 것이다. 폐에 이상이 없고, 폐기능에도 이상이 없다면 그것밖에 없다는 의심 진단을 받고, 당장 수돗물로 코를 씻는 습관을 버리고 소금물(의사는 식염수로 하라고 했지만)로 씻기 시작했다. 이제 답답하던 증세가 조금 가라앉은 기분이다.
폐에 병이 난 게 아닌가 걱정하다 겨우 한숨 돌렸다. 코안을 헹굴 때는 반드시 식염수나 소금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렵게 깨우쳤다.
한편 의사는, 목을 소중히 해야 한다면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다니는 게 좋겠다고 권한다. 마스크를 쓰면 추운 날에도 찬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않아서 좋고, 미세먼지를 막아줘서 좋다.
- 으아리꽃
'기록의 힘 > 가던 길 멈추고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 어머니, 가시다 (0) | 2016.12.08 |
---|---|
어머니, 주무시다 홀로 가시다 (1) | 2016.12.07 |
우리 어머니, 또 추월당하시다 (0) | 2016.11.24 |
어머니가 또 웃으신다 (0) | 2016.11.20 |
잠이 오지 않는다 (0) | 2016.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