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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6

어머니가 내 발을 묶어 놓으셨다

어머니가 오늘 또 일반병실로 올라가셨다.

이번이 세 번째다. 중환자실에 세 번 들어갔다가 세 번 나오신 것이다.

노인요양병원에서 중환자실로 이송될 때마다 옷가지를 챙긴 가방을 챙겨 황급히 내려가곤 했다. 그러다가 사나흘 지나면 또 감쪽같이 웃으시며 일반 병실로 옮겨진다.

웃으시고 말씀하시고 눈을 맞추신다.

호들갑이라고 해도 좋다. 마음이 불안하여 아무 일도 못하고 있지만, 하루라도 더 이 세상에 계시길 소원한다.


생각해 보면 2014년 추석 때 나는 며칠 내로 어머니를 보내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대전 형네로 옮기면서 기운이 나셨다.

작년 설 전에는 소뇌에 뇌경색이 와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 어머니를 노인요양병원으로 옮겼는데, 

가서 며칠 되지도 않아 노인요양병원을 쥐락펴락하는 할머니로 변했다.

그러다가 형제가 셋이 사는 대전으로 병원을 옮겼다가 작년 겨울부터 중환자실 이송 사건이 잇따라 생긴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 모시러 내려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더 여유를 주시기 바란다.

아직 날이 추우니 따뜻한 봄바람이라도 불거든 어머니 손잡아 먼 길 떠나시길 간절히 소원한다.


- 2013년 1월 1일 어머니 생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