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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강남역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들

2016년 5월 17일 오전 1시 20분께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신논현역 방향의 한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한 여성을 '이유없이'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인근 주점 종업원 30대 김모씨였다.


이를 두고 마침 먹잇감이 떨어진 종편에서 연일 난리다.

'여성혐오범죄다,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마음대로 부채질한다, 사회증오 범죄다.' 한 정치인은 피해 여성더러 다음 세상에는 여자 아닌 남자로 태어나자는 글을 인용한다. 이런 지능이 우리 평균 지능인가 보다.

범인이 신학대학원생이라는 점에서 기독교를 욕하는 사람도 있고, 여성들에게 무시당한 보복 범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수라는 이들도 저마다 제멋대로 말한다.

다 헛소리다.


이 범죄의 배후는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다. 그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08년 1개월, 2011년 6개월, 2013년 6개월, 2015년 6개월 총 4회의 입원치료를 받은 바가 있다. 2016년 1원에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3월말 가출 이후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현병이 재발한 것이며, 이런 상태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이유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 청년에게는 죄가 없다. 또한 피해 여성에게도 죄가 없다. 서초구청장에게도 업주에게도 서울시장에게도 책임이 없다. 오직 보건복지부와 보호자 책임이다. 그런데 왜 문제의 본질조차 모르는 퇴물 정치인이 나서서 부적절한 말을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큰 사건만 일어나면 정신병력 운운하면서 막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 내지 감시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다 소홀하다. 

우선 이 청년이 3월말에 가출했으면 부모나 보호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고, 접수를 받은 경찰은 조현병, 양극성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자들 중 정신장애2급 이상으로 판정된 이들은 즉각 수배를 하여 찾아내야 한다. 안그러면 자살하거나 살인하거나 공중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환자의 경우 가출 2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는데, 업주는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본인의 인적사항을 알았을 것이고, 이를 노동청에 신고하면 저절로 수배사실이 확인되어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로계약을 안썼던가, 가출신고가 안돼 있었던 모양이다. 


엄중히 말한다. 정신장애2급 이상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을 해치는 폭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해치는 폭탄으로 터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일반인들로서는 구분하기 어렵고, 일반의사들조차 진단이 어려운 이들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몫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국가는 병원에 방치하고, 병원은 퇴원하면 일절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호자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상식이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개의 정신질환은 퇴원하는 즉시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 깔끔히 다 나은 것처럼 멀쩡하다. 이게 정신질환의 최대 단점이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더구나 정신질환자 중 많은 사람이 주기성을 보인다. 날뛰던 사람도 일정 시기에는 멀쩡해질 수 있다. 그러면 가족들은 다 나았나 보다 착각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절 말이 없다. 사실 경찰청 소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문제다. 정신질환 2급 이상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리하고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 소견만 보고 퇴원시켜 방치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이와 같은 범죄를 막을 길이 없다. 약을 안먹은 조현병 환자가 2개월이나 종적 없이 돌아다녔다는 것 자체가 우리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왜 이리 국민 안전에 소홀한지 모르겠다. 온갖 불법투성이로 포장된 세월호가 출항해도 막는 공무원이 없고,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그처럼 무섭건만 막는 공무원 없고, 샴푸와 염색제가 그 못지 않게 위험하건만 환경부는 뉴스에서 아예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 공무원들의 죄를 묻는 언론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러 소리말고 보건복지부를 두드려 달라. 그래야 같은 범죄가 줄어든다.


* 조현병 : 정신분열병의 새 이름이다. 대개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즉 두뇌에서 올바른 명령을 내리지 않고, 논리 체계를 거치지 않은 엉뚱한 명령이 뒤죽박죽 내려간다. 즉 영혼이 통제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누굴 죽여라, 무엇을 하라, 하지 마라, 환영 환청 환시가 거듭 된다. 생각해보라. 누군가 따라다니면서 여자를 죽여라, 여자를 죽여라, 이런 환청이 계속 들린다면 이 사람이 어째야 하는가. 그러니 여성 혐오범죄니 묻지마니 이런 무식한 말 좀 그만하고 본질을 보기 바란다.

*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증상이 '매우' 개선된다. 최근의 정신질환은 거의 다 약물로 통제가 가능하다. 약간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매우 효과적이다. 보호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 조현병 환자의 자살율이 매우 높다.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인데 국가와 보호자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대개 막을 수 있다. 암 발병율도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다. 불쌍한 마음 가지시라. 그리고 이들도 우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이며, 우리 대신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라. 그들로부터 얻은 의학 정보 덕분에 우리의 두뇌는 날로 향상되고 있다.


* 7월 11일 돼서야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가 아닌 피의자의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며, 조현병 환자인 김씨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