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외침을 많이 받은 한편 내전 내란이 치열했던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보다 미륵붓다를 간절히 기원하는 특이한 불교 문화를 지켜왔다. 미륵 지명이 들어간 땅이 없는 지방이 없으며, 큰 바위마다 미륵불이 새겨져 있거나 들판마다 우뚝 서 계시다. 미륵을 자처한 사람도 많고, 어서 오시라고 기도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절정은 미륵산 미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3백만 명이라는 동족간 대량 살륙이 일어난 육이오전쟁 막바지인 1953년 1월 25일, 한국불교의 기둥이자 조계후학이라는 법호를 갖고 계시던 효봉 큰스님은 스승 석두 노스님을 모시고 통영 미륵산으로 내려와 스스로 미륵산인을 자처하고, <미륵붓다가 오시는 절>이라는 뜻의 미래사(彌來寺)를 창건하셨다.
조계산 송광사의 방장들이 대대로 주지를 맡을만큼 미륵불에 대한 염원이 어린 절인데, 1954년 1월에 효봉 큰스님께서 스승 석두 노스님을 모실 토굴을 엮을 때 지은 상량문에 그런 염원이 들어가 있다.
- 법당을 돌 때는 줄이 없는 거문고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부나니
그 가락마다 고라니와 사슴이 모여와 기뻐하고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춘다.
선실에 있을 때는 올 없는 옷을 입고
허공을 향해 앉아 문수의 눈을 후벼내고
보현의 정강이를 쪼개며
유마의 자리를 부수고
가섭의 옷을 불사른다.
- 금강산인 석두 스님(왼쪽), 미륵산인 효봉 스님(오른쪽)
- 미륵붓다가 오셔서 중생을 3번 제도한다는 삼회도인문 현판.
미륵붓다와 이 상량문을 대하니 줄없는 거문고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고, 올없는 옷을 입고, 허공에 앉은 듯 새 세상을 여는 맑고 깨끗하고 다르마를 추구하는 이상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1965년 9월 13일, 미륵산 미래사로 자리잡은 이 절을 중창한 효봉 큰스님의 제자인 구산 스님은 이런 상량문을 올리는데, 역시 미륵붓다를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이 잘 나타나 있다.
- 미래에 오실 미륵 부처님 지금 오시어
반야용선 운행하여 피안으로 건네주네.
어둔 하늘 캄캄하나 달을 여읜 것 아니요
떠오르는 밝은 태양 새로 난 것 아니로다
하루 아침에, 밝고 어둠 둘 다 보내 버리니
불 속의 돌사람, 시간 밖의 노래 부르네
온 산 가득한 소나무 잣나무 긴긴 봄과 함께하고
구월 국화는 본래면목의 미소를 짓고 있네
사바 중생을 반야선에 모시고 피안으로 건네주고, 밝고 어둠을 다 떨치고 시간 밖의 노래를 들려드리고자 하는, 그러면서 미륵부처님을 기다리는 저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직장에서, 시장에서, 건설현장에서, 들에서, 산에서 미륵을 기다리는 이 땅의 많은 불자들께서 미륵붓다에게서 희망을 보고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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