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차 스님이 포대화상이란 전설로 바뀌면서 포대자루와 포대자루처럼 부푼 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불화의 한 패턴이다.
온다온다 말이 많은 미륵이지만 막상 오지 않고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 붓다가 예언한 56억 7천만 년 뒤라고 믿으면 너무나 아득하고, 그저 몇 천년으로 잡아도 이제야 오실까말까한데, 그래도 그렇지 그 몇 천년간 미륵보살은 얼마나 좀이 쑤시겠는가. 도솔천의 나이로도 4천 살은 돼야 이 세상으로 내려와 부처가 된다 하니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너무 야박하다.
당시 동쪽 신라에서도 미륵불 하생을 염원하고, 반가사유상까지 조각해가며 온 세상이 그가 오기를 기다리니 미륵께서 모른 척 버티고 계실 수만은 없었던 듯, 중국 5대 시대에 후량이란 나라에 잠시 들르셨다. 신라에서 미륵불을 한참 모실 때다.(생년월일은 물론 열반 시기도 모른다. 후량은 907년 당나라로부터 선양을 받아 건국되었는데, 923년 멸망했으니 그쯤 생존하였다고만 안다.)
그는 출가하여 수행했는데 법명은 계차(契此)다.
후량의 수도는 그 유명한 카이펑(開奉)이다. 그러니까 남방국이 아니라 어엿한 황하 유역에서 번성한 나라다.
웬일인지 그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뚱뚱한 모습이다. 후대에 그렇게 그려졌을 것이다.
당나라 말기든 후량 시기든, 후당 시기든 전란이 많았는데 아마도 그런 와중에 계차 스님은 커다란 포대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온 동네를 떠돈 모양이다.
당시만 해도 불교가 성해 스님은 탁발을 하는대로 포대에 넣었다. 그러고는 굶주린 아이가 보이면 포대에서 먹을거리를 꺼내 나눠주었다. 가난한 사람이 보이면 역시 나눠주었다.
포대가 비면 또 탁발하러 다녔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보시를 하고, 그러면 계차 스님은 그걸 메고 가난한 동네로 가서 다 나눠주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그를 보면 '포대 화상'이라면서 반겼다. 아이들은 스님이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기라도 할라치면 우르르 몰려들어 포대를 들여다보며 먹을거리를 찾고, 웃고 떠들고 노래했다.
기록이 많지 않은데 계차 스님의 시 한 수가 전한다.
- 미륵, 참 미륵이 백 사람, 천 사람, 억 사람으로 몸을 나누셨네.
때때로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알아보질 못하더라.
(한문 생략. 출전이 없어 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 있음)
이후 평생 포대를 메고 다니던 스님이 돌아가시자 사람들은 '포대화상'이라고 그를 기리며, "미륵보살이 다녀갔다"며 그를 섬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포대화상 그림이 나오기 시작하고, 상이 나왔다. 갈수록 배가 부른 형상으로 변했는데, 포대자루가 불룩한 걸 상징하여 그렇게 변한 듯하다.
나라의 세금이라는 게 여유 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보시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인데, 포대화상처럼 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것이다.
그가 다녀간 짧은 시기, 사람들은 포대화상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오늘의 포대화상은 복을 주는 신이 되어 절마다 앉아 있다.
하지만 큰절 스님들도 보시를 받는대로 다시 보시하는 포대화상의 정신을 실천했으면 한다. 총무원장 선거에 몇 백 억원이 들고, 말만 번지르르한 누군가는 100억 짜리 펀드에 들고, 연간 수십 억원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큰절 주지가 한둘이 아닌가 보다.
포대화상 정신을 기려, 불교계에서도 산타클로스 이상 가는 선행을 하기 바란다.
코카콜라가 산타클로스를 만들었으니 삼성에서 포대화상을 널리 알려도 좋다.
- 난 포대화상 이야기를 모르기 전, 중이 저렇게 뚱뚱해가지고 무슨 수행을 하나, 이러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뭐냐 물어도 복 주는 화상이라고만 하지 설명이 부족했다. 배가 부른 건, 보시받은 물건이 가득 차 있는 포대자루 대신 그림으로 배를 불린 것이니 오해하지 말자. 포대자루가 생략되는 과정에서 배는 점점 더 불러온 것같다. 뱃속에 선물이 가득하단 얘긴데, 그걸 어떻게 꺼내줄지 화가나 조각가들이 개념 정리 좀 해주기 바란다. 자신없으면 포대자루를 빼먹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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