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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복동이와 순동이

복동이와 순동이

다래가 어느 날 자식을 낳았다. 애비는 도반이지만, 도반이는 제놈 자식들인 줄을 모른다.
이때도 남매를 2백미터쯤 떨어진 집에 사는 남자에게 분양했는데, 이 무렵에는 다래가 리콜되어 집으로 돌아와 살았다. 그러다 보니 다래가 낳은 남매, 즉 복동이와 순동이는 그 전의 다래와 머루처럼 우리 집 출입을 밥먹듯이 했다.
그런데 이 남매의 주인은 좀 분별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서 개를 놓아 기르다시피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집과 그 집 사이에 밭이 있는데, 이놈들이 꼭 직선거리로 다녀 남의 농작물을 망치곤 했다.
몇 번이나 이 남자에게 아이들 단속을 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게 안되었다. 안되는 사람은 안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사람은 그때 어떤 유부녀를 사귀었는데, 이 여자의 남편이 깡패들을 데리고 찾아왔길래 전화로 미리 알렸는데도 어리버리하다가 붙잡힐 정도였다. 이 얘기하면 되게 재밌을 텐데 주인공이 아니니 이렇게 지나간다.

이런 일은 꼭 사고로 연결되게 돼 있다. 날이면 날마다 이 남매가 집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웃집에 사는 농부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시골 농부들은 생각처럼 그렇게 순박하지 않다. 작물에 벌레가 조금만 생겨도 하얗게 농약을 뿌려대는 사람들이다. 기르던 소가 시름시름 앓으면 축협에 신고하는 대신 뒷산으로 끌고가 잡아먹는 그런 사람들이다.

결국 이중의 어떤 놈인가(의심가는 놈이 있어 독하게 저주를 했는데 멀쩡히 잘 산다.) 제초제를 묻힌 살코기를 길바닥에 던져두었고, 지나가던 남매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이 비틀거린다는 신고를 받고 내가 먼저 뛰어나갔는데, 그제야 주인도 달려나와 함께 비눗물을 먹여가며 제초제를 토하게 했는데, 이 제초제는 어찌나 독성이 강한지 남매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복동이는 수컷이지만 제 엄마 다래를 쏙 빼닮았고, 순동이는 눈이 어찌나 맑은지 들여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그만 이렇게 잘못 되었다. 두 아이를 묻으면서 다시는 강아지를 분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내 다짐만으로 돼야 말이지. 제놈들이 나 몰래 붙어버리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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