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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사다리 타는 개 다래

   사다리 타는 개 다래

2007/08/09 (목) 21:48


다래의 전주인인 그 작가는 일년에 한번쯤 다래를 보러 내려왔는데, 그때마다 다래는 헤어지기 싫다고 난리를 피웠다. 자동차를 따라 맹렬하게 달리기를 2킬로미터 정도 할 때도 있었다. 가까스로 집에 잡아다 놓아도 혹시나 하여 또 밖에 나가 먼저 살던 집 근처까지 가 살피고 오곤 했다.

그 뒤 우리가 시내로 이사한 뒤 실내견인 도조와 도란이를 빼고는 모두 용수마을에 두었다. 그런데 다래가 말썽을 피우곤 했다. 다른 아이들은 시키는대로 말 잘 듣고, 하루 두 번 산책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다래만은 그렇지 않았다.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기어이 집을 나와 동네를 배회하는 것이다.
일이 있어 하루 정도 가지 못할 때는 다래 때문에 불안했는데, 실제로 나중에 가보면 대문 밖에서 나를 맞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서, 다래는 물도 먹지 못하고 밖에서 고생하는데, 그래도 늘 탈출을 감행한다. 주인인 나를 따라가기 위해 무작정 나왔다가 찾지는 못하고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뒤 내가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처지가 되어 10킬로미터쯤 떨어진 카페에 다래와 도신이를 맡겼다. 그래도 남는 희동이, 도반이, 도롱이 셋은 고향집에 맡겼다.
그런데 어쩌다 아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 카페에 가면 도신이는 의젓하게 다가와 몸을 비비다 도로 제 자리로 가 앉아 있는데, 다래는 본드처럼 늘어붙었다. 도신이는 이 카페에서 끼니마다 주는 고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눌러 있을 자세였는데, 다래는 고기고 뭐고 다 필요없다며 펄펄 뛰었다.
돌아오려면 도신이하고 다래한테 벼라별 말로 달래는데, 그러면 도신이는 말을 알아듣고 따라오지 않는데 다래는 기를 쓰고 차를 따라붙어 매번 고생을 해야 했다. 하는 수없이 카페 주인이 다래를 붙잡고 있다가 내가 멀리 사라진 다음에 놓아주는데, 그래도 미친 듯이 뛰어나가는데, 카페 주인이 놀라 따라가보면 2킬로미터 아랫마을까지 가서 배회한단다.
결국 두 달도 못돼서 다래와 도신이를 데려와야 했다. 또 시골에 보냈던 세 놈도 계속 말썽을 일으켜 도로 데려왔다. 그중 도반이가 자꾸 탈출해서 남의 집 암컷들을 찾아다니고, 그럴 때마다 사람을 물곤 해서 민원이 많기 때문이었다.

우리 다래는 지금은 심장판막증이 중해져서 대문 밖으로 내보내질 않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등산을 함께 다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가 운동을 시키지 말라고 해서 어쩌다 다래를 집에 떼어놓고 산에 가면, 한참 다래를 잊고 산길을 가는데 풀숲을 헤치고 다래가 불쑥 나타나곤 했다. 집과 산책로 거리가 2킬로미터쯤 되는데도 그렇다.
그러면 집에 가는대로 다래가 어디로 나왔는지 확인해서 출구를 막는다. 하지만 끝이 없다. 얘는 어차피 사다리를 탈 줄 알기 때문에 펜스도 알아서 넘고, 담장도 펄쩍 뛰어 두 발이 위에 걸치기만 하면 거뜬히 넘어다닌다. 그러니까 나오는 건 언제나 되는 것이다. 들어가는 건 안돼도 담장을 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다래하고 머리싸움을 하는데 내가 지쳤다. 하지만 올해(2007년)들어 심장병이 조금 더 악화되어 녀석도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계집애, 나올 생각 말고 집에 좀 있어!” 이러고 나오면 산책하고 돌아갈 때까지 봉당에 누워 있는다. 잘하면 3년, 내가 바라는 다래의 기대수명이다.

- 2005 초여름, 맨앞이 다래다.
그뒤로 도신이(죽기 한 달 전쯤 모습), 뒤로 옷입은 애가 18세로 꿋꿋이 생존 중인 도조,
그 옆이 작년 봄에 간 도리다. 그림자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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