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인 내년 초에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의 3번째 증보판을 낼 예정이다.
올해는 일단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이 나왔고, <궁중어 사전(가제)>과 <은어 사전(가제)>, <도량형 사전(가제)이 먼저 나올 것이다. 이미 나온 <뜻도 모르고 ~> 시리즈 4권에 이번 신간 사전 3권이 합쳐지면 모두 8권이 된다.
1994년부터 편찬해온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시리즈는 모두 4권인데, <한자어 1000가지>는 그 중 하나다. 이 책은 1994년부터 준비하여 2004년에 초판을 내고, 2008년에 2판을 내고, 올해에 3판 준비를 끝냈다.
* 내가 쓰는 <우리말 한자어>의 한자는 韓字다. 즉 우리식 뜻글자란 뜻이다. 중국과 일본의 한자어와 달리 한국 땅에서 1500년간 의사소통 수단과 도구로서 사용된 우리 문자란 뜻을 담고 있다. 일단 일본식 한자어는 없애거나 줄이고, 중국식 한자어는 동양문화 원류 차원에서 일부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리해나가고 있다.
모르는 분들은, 한글 전용 시대에 웬 한자어 사전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무거운 소명이 있다. 서툴기 짝이 없는 우리말로 100여 권이 넘는 작품을 써오면서 느낀 작가로서의 문제인식이라고 봐도 좋다.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70%"라는 주장이 있다. 주로 한자를 가르치자, 한자를 섞어쓰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우리말 사전은, 안타깝게도 일본어 사전 번역본으로 시작되었다. 즉 일제총독부가 일본인 小倉進平, 靑永三男, 新庄順貞, 小田幹治郎, 新庄順貞를 동원하여 1917년에 편찬을 마치고, 1920년에 발간했다. 조선인 현은(玄櫽), 어윤적(魚允迪), 이완응(李浣應), 한영원(韓永源), 정병조(鄭丙朝), 김한육(金漢陸)이 참여했다지만 내용을 보면 일본어 사전을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일본어 표제어를 일본어, 한문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글은 발음요소로 표기했을 뿐이다.
- <조선어사전> 본문. 일본한자어를 먼저 내걸고 한글 표기만 했을 뿐 설명도 일본어로 하고 있다. 이게 어째서 조선어 사전인가. 하지만 이후 출간된 거의 모든 우리말 사전은 총독부의 <조선어사전>을 베끼고 다듬느라 아직도 일본어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한편 일본어사전은 1892년에 근대적인 사전이 나오고, 조선총독부가 조선어사전을 만들 때는 이미 여러 권의 일본어사전이 출간되었다.
일본어사전을 번역하여 우리말사전이라고 포장한 이 사전이 나오기까지 우리나라에는 사전이라고 인정할만한 게 거의 없었다. 선교사들이 영어, 불어로 만든 게 있는데 단어가 적고, 신앙요소가 많아 사전의 의미가 약하다. 즉 이때까지 한자 사전인 옥편은 있어도 우리말 사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어 사전이야 당연히 한자어 투성이다. 그나마 일제총독부가 우리말도 약간이나마 넣어주어 그 함량이 70%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1938년 문세영 씨가 진짜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에 나서서 1938년에 <조선어사전>을 발간하면서 그나마 사전에서 우리말 어휘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문세영이 수록한 우리말은 모두 10만 어휘였다. 총독부가 사전을 번역출간한 일본어사전은 약 40만 어휘였다. 문세영은 아마도 총독부 사전에 등재된 일본어를 최소 30만 어휘 이상 삭제하고, 대신 우리말 어휘를 많이 넣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국어사전에는 중국식 혹은 일본식 한자어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한글로만 표기하다 보니 학생들이 엄청난 혼란을 느낀다. 어렴풋이 뜻을 짐작하여 말을 하고, 그렇게 알아듣는 것이다. 그러니 의미 전달력이 형편없다. 이런 어휘력으로는 좋은 문학작품을 쓰거나 읽을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말 사전에 많다는 그 한자어가 실은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어라는 점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한자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일제시대처럼 지금도 일본어를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 자체를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1500년 이상 써온 우리 한자, 즉 한자(韓字)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자어 사전을 편찬 중이다. 그래야만 우리말이 발라지고, 소리글자의 한계를 넘어 풍부한 뜻글자 요소까지 품게 된다. 한자를 쓰지 않고 우리 발음으로만 표기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뜻을 알고 말하는 것과 모르고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를 통해 우리말 속의 일본 한자어 잔재를 닦아내고, 우리 한자(韓字)는 뜻을 또렷이 드러내어 우리 말과 글이 힘 있고 기운이 넘치게 하고 싶다.
그러니 한자어라고 무작정 내치지 말고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내쳐야 할 것은 일본식 한자어다.
- 2008년판 2판본이다. 곧 2017년판 3판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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