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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우리집은 종합병동

 2007/11/22 (목) 11:21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가 들면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자동차도 오래 되면 쉬 고장나듯이 말이다.

우리 개는 18세 도조(요크셔 테리어), 14세 다래(코커+말티즈, 병원에서 공식분류할 때는 코커 스파니엘), 8세 바니(말티즈), 이렇게 셋이다.
그러다 보니 18세 도조는 요즘 이를 다 뽑고 잇몸 수술을 했는데 한 군데가 터져 재수술을 기다리고 있고, 다래는 심장판막증 증세가 점점 더 심해져 베링거잉겔하임사에서 시판하는 베트메딘이란 전문약품을 구하느라고 영국, 캐나다, 호주 알아보느라고 바쁘고(우리나라는 식약청 허가가 아직 나지 않아서), 바니는 디스크에 걸린 이후 수술을 받았어도 아직 일어서기는커녕 소변을 자력으로 보지 못해 늘 짜줘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아이고, 우리집의 애견 관련 지출 내역서를 보면 개 기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게 될 거다) 내 시간이 많이 소비된다. 어딜 가려면 늙은 도조는 필수적으로 데리고 다녀야 한다. 젊을 때는 안그랬는데, 요즘에는 병원에 맡기면 거의 발광을 하면서 게이지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발가락이 까지고 뭉개져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사람도 늙으면 노여움이 느는데, 우리 도조도 저 혼자 두면 무슨 고려장이라도 당하는 줄 아는지 기겁을 하고 마구 소리지른다. 어쩌다 몇 시간 집에 두고 나갔다 오면 마구 울어대며 화를 낸다. 춥지 않은 날에는 시내에 볼 일이 있어도, 누구 만나 점심을 먹을 때에도 일단 차에 태워 간다. 차에서 기다리는 건 언제나 오케이다. 주인 차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절 버린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내가 일할 때는 책상밑이 지정석이고, 화장실에 일보러 가면 꼭 문앞에 앉아 있는다. 잘 때 침대에서 같이 자는 건 말할 것도 없었는데, 침대에서 몇 번 떨어진 뒤로는 방바닥에 제 침대를 놓고 잔다. 처음에는 떨어지든 말든 침대에서 자겠다고 용을 썼지만 떨어지길 반복하고, 떨어지기 무서워 오줌을 지리다보니 부끄럽기도 한지 지금은 제 운명에 승복한 듯하다.
 
또 다래 이년은(버릇이 돼서) 어찌나 머리가 좋은지 집에 두고 갈 때는 벼라별 문단속을 다 해놓아야만 한다. 그러고도 어디어디 다녀오마, 얘기를 안하고 가면 반드시 일을 저지른다. 얘는 사다리도 타는 애라서 펜스고 담이고 제 멋대로 탈 수 있다. 그러니 나오지 말라고 부탁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와서 온동네를 쏘다닌다. 그것도 아니면 집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다. 문 여는 건 다래한테는 식은 죽 먹기다. 현관문도 열고, 창문도 연다. 달갈도 먹지 말라고 부탁해야지 안그러면 낳는대로 다 먹어버린다. 닭장을 아무리 굳게 닫아두어도 다래는 용케 들락거린다. 심장판막증만 아니면 늘 산책을 시켰으면 좋겠지만, 작년 이후는 대문밖 출입도 못하게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알아서 동네를 순찰하고 돌아오지만.
 
또 바니는 다섯 살 때까지 천민으로 살다가 갑자기 귀족이 된 지 몇 년 안돼서 그런지 생투정이 심하다. 바니는 시시각각 행복하다는 표정이지만, 소변을 자력으로 누지 못하니 문제다. 시간 맞춰 짜주어야 하는데, 내가 외출이 길어져 늦게 오면 방광이 풍선처럼 붓는다. 기어이 요즘에는 세균이 감염되어 또 약을 먹는다. 걷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운동 시킬 요량으로 방에 들여오면 온집안을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아직 젊으니 앞발만으로도 얼마든지 다닐 수가 있다. 게다가 다래가 제 친엄마인데도 불구하고 라이벌 의식이 어찌나 강한지 사사건건 시비다. 다래를 안아주기만 해도 난리다. 그래서 꼭 저도 안아줘야 조용해진다. 바니가 실내에 있을 때, 다래까지 목욕시키고 잠시 집안에 놓아두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에도 바니는 절대 용서를 하지 못한다. 하는 수없이 둘 다 밖으로 나가야 조용해진다. 
 
그런데 다래와 바니는 도조한테는 잘 시비를 걸지 않는다. 도조가 워낙 늙어서 그런지, 실내에서만 사는 애라서 가끔 햇볕을 쬐게 해주려고 안아서 마당에 나가도 절대로 시샘을 안한다. 도조한테 맛난 고기를 주어도 소리지르지 않는다. 다만 저희 모녀끼리는 사료 한 톨이라도 상대가 더 많으면 난리가 난다.
 
세 놈 다 나쁜 것은, 주인이 저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드는지 하나도 몰라준다는 거다. 언제나 요구하는 것뿐이다.

왼쪽이 다래다. 저 눈빛을 보라. 사람 눈이지 개 눈이 아니다. 오른쪽이 말썽꾸러기 바니다.
뒷다리도 못쓰는 게 마음은 천리마라서 늘 두리번거린다. 사방 100미터 안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반드시 짖는다.
도조는 눈이 잘 안보이고, 귀가 잘 안들린다. 또 뒷다리도 무용수 수준으로 찢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