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수자타가 장마가 시작되는 첫 빗줄기를 우산에 들쳐 메고 시장에 사는 흰머리를 한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수자타가 대문을 들어서니 마침 은은한 기타연주소리가 들려온다.
수자타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빗방울 사이로 탄주되는 여섯 줄의 메아리를 듣는다.
음악소리는 아름답다. 잠시 후 빗소리에 실린 기타소리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수자타는 여운을 즐기며 걸음을 옮긴다. 유마가 조그마한 기타 하나를 품에 안고 허공을 응시한 채 있었다,,.
수자타: 유마님 !
유 마 : ^^
수자타 : 기타를 치고 계셨군요. 방금 그게 무슨 곡이에요?
유 마 : 빗방울이라는 곡이란다.
수자타 : 아~ 어쩐지 소리가 빗방울이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유마님 저를 위해서 다시 한 곡 연주 해주세요. 그 알함브라하 궁전의 추억....
유마가 말없이 다시 기타 줄을 뜯는다. 트레몰로의 현란한 소리들이 일제히 지붕 위에 몰려 있다가 쏟아지는 빗방울처럼 마당을 튕기며 퍼져간다. 추억은 그렇게 쏟아지는 것이다.
한 옥타브를 넘나드는 대목에선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애절한 통곡소리 같다. 단두대에 목을 내민 채로 있는 사형수의 목 위로 칼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충분한 일생은 있는 법, 유마와 수자타는 각자 그렇게 알함브라하의 추억이 허용하는 한은 충분한 삶을 산 것이다. 추억이 되리라 믿기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추억으로 되어가고, 그리고 마침내 그 추억도 다 끝난 즈음에 수자타는 물었다.
* 수자타가 진리를 묻기 위해 유마를 찾아오는 정경이 하도 아름다워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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