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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그는 그렇게 울었다

그는 그렇게 울었다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 2008/12/09 (화) 23:15
 
어느 날 유마는 평소 아는 이가 뇌종양(암)으로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한 대학병원으로 문안을 갔다. 머리를 갂아 놓은 것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연신 머리를 두 손으로 가리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두통때문이었다.
의사는 물론 본인까지도 이미 죽을 것이란 것을 알고 얼마 남지 않는 생명을 확인받은 자의 처참한 기다림으로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까지도 사치인 정점이 있는지, 고통은 그런 두려움까지도 여유라고 하며 틈을 주지 않고 그의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유마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머리를 열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 주며 같이 땀을 흘렸다.
고통이 너무 심하여 할 수 없이 진통제를 다시 투여 받고 얼마 안 되는 그 짧은 진통의 서열 속에 주저 앉아 그가 물었다.
 
환자 : 유마님, 여기 이렇게 있으면 가장 반가운 것이 바깥소식입니다. 자기가 몸 닫고 있던 회사의 일, 동료 소식. 이런 것들이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는 유일한 낙입니다. 저는 얼마 안가 죽을 겁니다. 유마님, 저같은 이는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합니까?
(운다. 그는 그렇게 울었다.)
 
유마 :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하나의 공간 이동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내가 오늘 아침 출근하느라 집을 떠나 와 회사에 있는 것처럼..
집을 떠나 왔을 때 집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에 나타났으므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탄생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공간과 시간이라는 줄타기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생과 사의 반복입니다. 늙음이라고는 거기에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단지 늙음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거기에 있고 내가 그 곳에 나타나므로 나의 위치가 늙음에 투영되는 것 뿐 입니다. 병듦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